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태정 대검중수부장(격변'93 사건과 인물:1)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태정 대검중수부장(격변'93 사건과 인물:1)

입력
1993.12.06 00:00
0 0

◎사정선본… “개혁물꼬 텄다”/과거 실력자들 가차없이 단죄/“앞으론 거물보다 민생에 역점” 「신한국 건설」의 원년 1993 계유년은 「사정의 해」로 기록될 만하다.

 격동과 변화속에서도 국민들의 이목을 줄곧 사로 잡은것은 연속적인 충격과 파문을 쏟아낸 문민정부의 사정작업이었다. 세상의 급변을 실감케 한 사정작업은 환호와 기대 그리고 다소는 불안과 비판을 불러일으키면서 문민정부가 연 역사의 새장에서 첫번째 주제가 됐다.

 이 역사적 사정작업의 중추인 검찰의 실무주역 김태정대검중앙수사부장(52·사시4회)은 문민정부의 「사정주역」이라 불러 지나침이 없다. 3월말 검찰조직을 뒤흔든 재산공개파동속에 전격발탁된 그는 숨가쁘게 진행된 사정수사를 주도, 정·관계와 군을 비롯해 금융계 재벌에 이르기까지 사회전반에 도사린 「구악」의 표본들을 차례로 도려내면서 일약 「김영삼정부 개혁의 선봉장」으로 부각되기에 이르렀다.

 검찰의 사정중추복귀의 첨병역을 맡으면서 그는 『부정부패척결을 통한 국가기강확립으로 신한국을 창조하는데 신명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었다. 문민정부출범과 함께 발족된 부정부패특별수사본부의 책임자인 그가 이끄는 대검중수부가 척결한 구악의 면면들은 이 다짐이 의례적인것이 아니었음을 입증한다.

 그의 취임후 한달사이 대검중수부는 안영모동화은행장(67)과 김종호전해군참모총장(57) 조기엽전해병대사령관(57) 정용후전공군참모총장(59) 김문기전민자당의원(61) 허만일전문화부차관(53)등을  비리혐의로 잇따라 구속했다.

 첫 사정수사작품인 안영모은행장구속은 오랜 관행인 금융계의 불법비자금조성과 유착된 정·관계에 대한 로비자금제공의 실체를 파헤쳐 금융계 정화작업의 신호탄이 됐다. 동화은행비리수사는 6공시절 청와대경제수석비서관으로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김종인민자당의원(53)의 구속으로 이어졌다.

 특히 전직 해·공군수뇌의 인사비리수사는 5·16이후 30여년간 사정의 성역이던 군부의 발본개혁에 전기를 마련한것으로 문민정부의 「성역없는 사정」의 표본으로 기록됐다.

 이어 서울지검을 통해 진행된 슬롯머신업자의 비호세력수사는 박철언국민당의원(51) 엄삼탁병무청장(53) 천기호치안감(58)등 6공 실력자들을 가차없이 얽어 넣으면서 구시대 권력핵심인사들의 타락상을 여지없이 드러내 사정의 당위를 새삼 확인케 했다.

 이 과정에 대검중수부는 현직 고검장인 이건개씨(52)를  슬롯머신 비호세력의 한명으로 수사, 구속하는 고뇌의 결단에 주역을 맡았다. 이 「검찰사상 최대치욕」은 그러나 동시에 검찰이 자신의 부패한 환부를 스스로 도려내고 거리낌없는 진정한 사정중추로 거듭나는 출발점이기도 했다.

 김중수부장이 휘두르는 사정의 칼은 이후 박태준전포철회장(66)의 손발을 모두 잘랐다. 그리고 「6공최대비리」로 지목된 율곡사업비리수사를 통해 이종구(58)·이상훈전국방장관(60)과 한주석전공군참모총장(57) 김철우전해군참모총장(56)등 「별 16개」를 한꺼번에 구속, 서슬푸른 사정의 위력을 여지없이 과시했다.

 5공초인 82년 대검중수부3과장으로 발탁돼 중수부1과장과 서울지검특수3·1부장을 거치면서 사정과 특수수사에 탁월한 감각과 의지를 보인 그는 최근의 사정수사에 따라 다닌 일부의 「보복사정」 「표적수사」 시각을 단호히 반박한다.

 『시대적 과제인 사정수사에 부정부패에 가장 근접해 있던 인물들이 당연히 걸려들었을 뿐』이라는것.

 그는 『오로지 수사의 성공에만 혼신의 힘을 쏟을 뿐』이라는 소신을 피력해 왔다. 「사정의 해」를 마무리지은 한화그룹비자금수사에서 예상을 뒤엎고 김승연한화그룹회장(41)을 전격구속한데에도 그의 소신이 적잖이 작용했음직 하다. 

 그러나 그도 앞으로의 사정수사방향에 대해 『거물급보다는 국민생활을 괴롭혀 온 폭리사범등 「민생사정」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한다. 국민들이 계속된 사정한파에 불안감을 갖지 않고 오히려 사정의 실질적 혜택과 편안함을 느끼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충만한 사정의지에 재산등록 3억4천만원의 「청렴성」까지 더해 『문민정부에 가장 적합한 중수부장』으로 각광받고있는 그의 새로운 다짐이 실현될 때 여론과 검찰은 함께 「표적사정」의 엉뚱한 논란은 잊어도 좋을것이다.【강병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