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워런 크리스토퍼국무장관은 클린턴행정부 출범 10개월이 다 돼가는 최근에야 간신히 대통령과 국제문제를 논의할 정례모임을 갖는데 성공했다. 그것도 일주일에 단 한시간만이 허용됐다. 그러나 이 모임조차도 지난달 12일 레스 애스핀국방장관, 앤터니 레이크국가안보보좌관이 함께 참석한 첫 회의를 끝으로 지금껏 다시 열리지 않고 있다. 행정부 관리들은 당시 첫 모임이후 클린턴대통령이 워낙 다른 문제들로 바쁜 통에 참모들과 한시간씩이나 앉아서 세계문제를 논할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그간 많은 현안이 있었던것은 분명하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나 시애틀에서 아시아·태평양국가지도자들과의 회담도 그동안의 중요한 현안문제였다.
법적으로도 그렇거니와 전례를 보더라도 대통령은 외교정책의 골격을 짜고 이를 수행하는 책임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클린턴대통령은 이러한 책임을 능히 감당할만큼 열성이 없다는 우려가 워싱턴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서도 심각히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NAFTA와 같은 주요 문제에 대해서 클린턴대통령이 그토록 몰두했던것은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더 광범위한 외교문제를 다루는데는 무능력과 나아가 기피성향까지 드러냈다.
클린턴대통령의 이같은 태도가 빚어낸것은 일련의 곤혹스런 시행착오들이었다. 보스니아와 아이티사태에서의 잘못된 출발, 북한의 잠재적 핵위협에 대한 불분명한 대응, 소말리아에서의 미군 역할에 대한 혼란등이 그런것들이다.
국제적 지도자가 되려면 멀리 보는 비전과 세계문제에서 미국이 해야할 일에 대해 정확한 감각을 지녀야 한다.클린턴행정부가 이제 해야 할 일은 모자이크 조각화된 세계를 어떻게 서로 끼워 맞추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러시아문제나 중동평화정착은 아직도 미흡한 상태이다. 다른 문제들에 있어서도 중요한 결정이 별 생각없이 나오거나 제대로 형태조차 갖추지 못하기 일쑤이다. 어느 한 지역에서의 행동여부가 다른곳에 대한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생각지 못하는 탓이다. 가령 아이티사태때 미군병력의 상륙이 소규모 방어력에 의해 저지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 평양정권의 대미자세에 영향을 안 끼칠리 없는것이다. 북한의 핵사찰 거부여부는 결국 그들이 미국의 결심을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달려있다.
새로 출범한 정부는 세계문제에 접근하는 해로를 찾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제 모든것이 분명해진 이상 항해를 시작하는것은 대통령에게 달려있다.클린턴대통령이 세계전략수립을 위해 고위 참모들과 더많은 논의를 갖지않는다면 그는 결코 유능한 항해사가 될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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