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무너졌다.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정부대표단장인 허신행농림수산부장관은 4일 상오(이하 현지시간) 제네바 힐튼호텔에서 에스피미농무부장관과 쌀협상을 벌인뒤 기자회견을 통해 「관세화(개방)예외를 위해 7년간 노력해 온 것이 마지막에 왔다』는 말로 쌀개방발표를 대신했다. 차마 『쌀을개방키로 했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쌀사수」방침이 쌀개방(관세화)으로 급선회한 것은 3일 저녁 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대표단심야긴급대책회의. 『쌀을 사수하라』는 특명을 받고 김포공항을 떠난지 만이틀(시차포함)만의 결정이다. 대표단은 3일 상·하오에 걸쳐 브뤼셀과 제네바에서 슈타이헨EC(유럽공동체)농업담당집행위원과 서덜랜드GATT(관세무역일반협정)사무총장을 각각 만나보고서야 도저히 뛰어넘을수 없는 「현실의 벽」을 확인한것 같다. 대표단은 이들로부터 UR협상의 최대걸림돌인 미·EC간 농산물협상이 사실상 타결되어 공식발표만 남겨놓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들었다.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쌀사수」만을 고집하려 했다가는 결국 쌀도 지키지 못하고 뭇매(무역보복)만 맞게 될것 같다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서덜랜드총장은 『「쌀사수」주장은 한국을 고립상태로 몰고가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대표단은 본국에 「쌀 사수불가」를 긴급타전했다. 정부는 이때 내부적으로 「쌀사수」를 완전 포기, 쌀개방 방침을 최종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이후의 쌀협상의제는 사실상 쌀시장개방조건이 되고 말았다. 4일상오 허장관은 에스피장관과의 협상에서 「쌀개방」의사를 공식전달한것으로 전해졌다.
건국이후 최초의 쌀개방약속이다. 허장관은 대신 개방조건이 일본보다 유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외국쌀(미국쌀)을 언제부터 어느정도 수입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미국과 씨름하고 있다.
쌀개방은 한국도 미국도 아닌 제3국 스위스에서 이렇게 결정했다.【제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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