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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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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미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해온 프랑스가 최근 유연한 자세를 보인다 해서 UR협상의 앞날을 낙관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프랑스국민의 정서에는 자국농업의 보호문제외에 문화체계의 동요문제에 대한 우려도 깃들여있는것같다. ◆미국측은 공정한 거래 또는 경쟁을 내세우지만 프랑스측에선 그들의 언어· 생활양식등 문화적 바탕까지 미국문화의 대량유입으로 흔들릴지 모른다는 점을 우려한다. 미국 농산물의 진출도 자국 농촌이 위축되면 수세기에 걸쳐 간직해온 특유의 역사적 문화적 분위기마저 퇴색할지 모른다는것이다. ◆실은 미국 독립전쟁당시 프랑스의 대미지원이후 양국은 역사적으로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1776년 미국독립선언문 기초위원이었던 벤저민 프랭클린은 그해말 프랑스에 가서 아메리카·프랑스동맹을 성립시켰다. 그가 너무 뚱뚱해서 중요행사에서 갖추게돼있던 정장이나 가발을 구하지 못해 평상복에 맨머리로 참석해도 프랑스측에선 무례하다기는 커녕 「자연의 아들」이라고 찬양하기까지 했다. ◆오랫동안 문화적 긍지를 지녀온 프랑스에선 미국의 문화기함쯤이야 유럽의 바다에선 침몰한다고 여긴 때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UR협상에선 자국의 영화산업이 미국영화공세에 흔들릴까봐 걱정한다. 그래도 그들은 양국이 대립관계에 있진않고 문화적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여긴다. 걸프전에 참전한 실례를 들면서 「미국이 필요로 할때 프랑스는 거기에 늘 있다」고 그들은 말한다. ◆우리도 당장 쌀시장 개방압력을 받고 있으며 그 여파로 생활문화에 어떤 충격을 받게될지 모를 일이다. 우선은 우리쌀을 지켜야하지만 뒤따를 수 있는 여진에 대해서도 깊고 넓은 배려를 갖춰야 할것이다. 일이 코앞에 닥쳐서야 뒤늦게 서두르는 관행에서 우선 벗어나야 그런 감각도 다듬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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