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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파고 눈앞… 야에 끌려갈 수 없다”/예산처리보는 청와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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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파고 눈앞… 야에 끌려갈 수 없다”/예산처리보는 청와대 시각

입력
1993.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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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도 실익없어 영수회담 거부/정국수습 연말 당정개편 가능성 청와대는 3일 이기택 민주당대표가 제의한 김영삼대통령과의 여야 영수회담을 한마디로 거절했다. 『그런 식으로 해서 일이 풀릴 때는 이미 지났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면서도 안기부법 개정문제등에서 여야절충이 이루어진다면 일은 풀릴 수 있다는 「벼랑끝 논리」를 내세웠다.

 하오들어 여야협상이 그런대로 잘 돼가고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강행처리는 않는다』는 분위기가 확실했다.

 결국 청와대가 당초 걱정한대로 「법정시한준수」라는 명분마저 퇴색했기 때문에 더 이상 무리수를 두기 어렵게 된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법정시한을 넘겼다해도 회기말까지 예산안과 안기부법 개정문제등에 매달려 있을 수는 없다는데 청와대의 고민이 있다. 쌀문제가 기다리고 있는만큼 여전히 시간이 없는것이다.

 청와대는 처음부터 타협의 전망이 확실히 서지않는한 결코 시간을 끌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김대통령이 문민정부 첫 정기국회에서의 예산안 강행처리에 따른 비판과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이를 밀어붙이기로 했던데는 그럴만한 사정과 배경이 있었을것이다. 우선 야당이 예산안과 연계시킨 안기부법 개정문제에서 타협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섰던것같다. 어차피 야당은 최선의 양보안을 얻어내겠다는 목표보다 모양새있게 예산안이 통과되지는 않도록 하겠다는데 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본것이다.

 그럴바에야 법정시한 준수라는 명분으로라도 정면돌파를 하겠다는 생각을 했던것으로 여겨진다. 김대통령은 정치권의 구태를 지적하며 법을 지키는 국회를 줄곧 역설했지만 집권 첫 정기국회에서부터 야당에 끌려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는 생각 역시 크게 작용했을것이다.

 그러나 이제 날치기시도 실패는 그것대로 부담으로 남으면서 오히려 자칫 야당의 페이스에 휘말릴 처지가 됐다.

 김대통령은 법정시한준수를 강조했었을뿐 2일부터 여당의 강행처리시도가 시작된 후 전면에 부각될만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 3일 전국여성자원봉사자대회에서 「정치권의 구태」를 또 다시 혹독히 비판했지만 국회사태를 지칭해서 한 말은 아니었다. 

 김대통령은 이날 하오 예정됐던 주례수석비서관회의도 주재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영수회담 제의를 거절한것도 야당이 김대통령을 「와중」에 끌어들이려 한다고 보았기 때문일것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지금 파행정국 수습책을 강구하고 있으리라는게 청와대 주변의 전반적 관측이다. 쌀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매듭이 지어지면 내각에서 누군가가 책임을 짊어지고 나서야 할 형편이라는게 청와대의 공기이다. 2일 밤 이만섭국회의장이 사회권을 황락주부의장에게 넘긴 처사에 대한 청와대 관계자들의 불만도 팽배해 있다. 국회의장이야 임기제이니 본인의 의사에 달린것이지만 김대통령이 국면의 일대 전환을 위해 당정개편을 연말에 단행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점차 세를 더 해가고 있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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