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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장관의 「괴로운 소신」/농산물협상위해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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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장관의 「괴로운 소신」/농산물협상위해 출국

입력
1993.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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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개방 대세… 농업 근본개혁을”/농촌경제연구원장 시절 책 펴내/신품종개발·기계영농 대안 제시 쌀만은 내줄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아래, 국민들에게 기도를 부탁하며 마지막 농산물협상을 위해 출국한 허신행농림수산부장관은 농산물협상의 추이와 우리 농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입각직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일 때 펴낸 「신농업―한국농업의 21세기 전략」이라는 책에서 허장관은 관료로선 쉽게 말할 수 없는 농산물협상문제를 소상하게 언급하고 있다.

 허장관은 이 책에서 우루과이 라운드(UR) 농산물협상을 빨리 타결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말하고 있다. 협상이 결렬되면 농산물수출국과의 쌍무협상을 통해 더 불리한 여건에서 97년까지 시장을 개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의하면 UR 농산물협상의 최대쟁점은 미국과 케언스그룹(13개 농산물수출국)이 끈질기게 주장하는 예외없는 관세화 부분과 농산물에 대한 국내생산보조금및 수출보조금 삭감문제등 2가지.

 우리나라처럼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을 강조하는 나라들은 관세화 예외조치를 주장해왔지만 협상방향은 관세화이며 이제는 그 구체적 방식이 초점이다. 우리의 경우 쌀의 국내가격이 국제가격보다 6배정도 높으므로 5백%의 관세상당치를 앞으로 7∼10년동안 얼마나 줄여갈 것인지가 주관심사가 된다. 

 또 국내보조금과 수출보조금 감축의 경우 우리나라에선 생산확대등에 지급되는 직·간접적 정책지원자금이 보조금의 대부분이어서 농업근대화에 큰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 EC등이 농산물수출에 막대한 보조금을 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농산물의 수출시장 확대도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인식에 바탕을 둔 허장관의 궁극적 주장은 농업의 근본개혁. 미국 캐나다등 땅중심 농업국들에 대항해 이스라엘, 일본, 네덜란드처럼 기술농업국으로 탈바꿈하자는 논리이다. 쌀의 경우 신품종개발, 모내기를 없앤 담수직파(담수직파) 도입, 무인헬리콥터등을 이용한 기계영농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허장관의 소신이 민간인시절 그대로인지, 소신과 직위의 괴리때문에 괴로움을 겪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사력을 다하고 있는 정부대표의 속마음까지 들춰보려 하는 일이 바람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농림수산부의 한 관계자도 『허장관은 농업시장의 국제화에 대비, 우리 농업의 구조적 개혁을 항상 강조해왔다』며 『최대한 이익이 되도록 UR협상을 타결짓는 것이 급선무겠지만 농산물개방이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인 만큼 농촌개혁에 정부와 농민 모두 합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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