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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섭 국회의장 거부로 대신 의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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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섭 국회의장 거부로 대신 의사봉

입력
1993.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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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민자당원인데 어려운일 해야지” 2일 밤늦게 예산안이 날치기되는 순간 국회 본회의장은 고함과 욕설로 아수라장이 됐다. 이 거칠고 어두운「그림」의 한복판에는 황락주부의장이 서있었다.

 새정치를 약속한 문민시대의 첫 날치기 사회자가 누구일까하는 의문은 이렇게 풀렸다.

 악역을 황부의장이 떠맡은것은 이만섭의장이「날치기」를 거부했기 때문. 이의장은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순리가 민주정치의 요체』라며 여당 단독의 강행처리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해 왔다. 이의장의 거부 몸짓은 하오에 추곡수매안과 세법안이 법사위로 넘어왔을 때도 감지됐다.

 민자당당직자들은「날치기」의 곤욕을 법사위에서 피하기 위해 이의장에게 『직권으로 본회의에 회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의장의 답은 일단『노(NO)』였고『노력을 더해보라』였다. 이말은 마지막 관문인 본회의에서도 의사봉을 잡지않겠다는 통고였다. 의장실을 나오는 당직자들의 발걸음은 어둡고 표정은 서운함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결국 민자당은 악역의 대리인을 찾아야했다.

 민주계 원로인 황부의장에게 눈길이 쏠리는것은 당연했다. 황부의장은 한 당직자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한참 침묵을 하다『나 역시 민자당당원인데…』라며 의사봉을 잡기로 결심했다. 황부의장은 이어『김대통령과 함께한 세월을 생각하면 내가 어려운 일을 해야지…』라고 이날밤을 운명으로 받아 들였다는것이다.

 날치기후 황량해진「정치벌판」에는 의장과 부의장의 대비된 행보를 둘러싼 여러 얘기만이 무성하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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