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최대쟁점 「미­불농산물」타결 “눈앞”/시한임박 UR 어제와 오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최대쟁점 「미­불농산물」타결 “눈앞”/시한임박 UR 어제와 오늘

입력
1993.12.01 00:00
0 0

◎백16개국 「자유무역」기치로 86년 출범/쌀「예외없는 관세 유예-부분개방」대세/섬유협상,미-개도국 입장달라 “공전”/「시청각」분야도 “문화종속” 첨예대립 오는 15일 우루과이라운드(UR)타결 시한을 앞두고 제네바에 있는 관세무역일반협정(가트) 본부가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UR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1백16개국은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각분야별 마지막 비공식조정회의에서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위해 동분서주하고있다. 피터 서덜랜드가트사무총장은 이번 회의에서 취합된 각 분야별 협상팀의 합의안을 종합, 오는 10일께 최종안을 각국에 제시할 방침이다. 아르투어 둔켈전사무총장의 최종안(둔켈 페이퍼)을 수정한 「서덜랜드안」은 쌀시장개방의 유예기간인정과 개도국우대조치 확대등을 담을것으로 알려졌다. UR의 출범에서 난항을 거듭해온 협상과정, 그리고 남은 쟁점에 이르기까지 UR의 모든것을 살펴본다.【편집자주】

▷UR출범◁ 오일쇼크등 무역환경의 악화로 세계경제는 70년대후반들어 각국이 보호무역조치를 확대하면서 자유무역체제의 위기를 맞았다. 전후자유무역체제 구축의 산파역을 맡았던 가트는 79년 도쿄라운드를 이끌어내 자유무역의 틀을 어느정도 유지해가는듯 했으나 각국의 이해대립으로 수출자율규제나 시장질서유지협정등 비합리적인 보호수단이 남용되곤했다. 특히 80년대들어 서비스와 지적재산권, 무역관련투자등 새로운 분야의 교역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기존의 가트질서로는 새로운 변화흐름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주장이 높아졌다.

 이에 83년 5월 미켄터키주의 윌리엄즈버그에서 열린 경제정상회담에서 도쿄라운드를 대체할 새로운 다국간 무역자유화 협상의 필요성이 처음 천명됐다.그해 11월 레이건―나카소네간의 미일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무역협상(뉴라운드) 에 앞장설것을 다짐하는 나카소네선언이 발표됐다. 84년 4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무역회담에서 각국은 개도국의 뉴라운드참여 필요성에 공감, 가트총회에 이를 통보했다.

 이어 84년 11월에 열린 가트총회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은 뉴라운드를 둘러싸고 대립했으나 개도국이 뉴라운드 준비위원회구성을 받아들임으로써 협상의돌파구가 마련됐다. 뉴라운드참여를 선언한 1백16개국은 약7개월의 논의를 거쳐 86년 1월 협상의제및 원칙·전제조건등에 합의하고 이를 그해 9월 우루과이의 휴양지 푼타델에스테에서 각료선언을 통해 공표함으로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UR는 가트가 주관하는 8번째 다자간무역협상으로 상품을 비롯, 서비스교역을 포함해 총15개분야를 협상의제로 채택하고 90년 12월까지 협상을 완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협상과정◁ 87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된 UR 실무협상은 88년 몬트리올 각료회의, 89년 4월의 중간합의등을 거쳐 당초의 마감시한인 90년 12월 브뤼셀의 가트각료회담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브뤼셀각료회담에서 미국과 유럽공동체(EC)간의 농산물보조금 문제에 대한 대립이 심화돼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가트체제의 위기를 느낀 당시의 둔켈사무총장은 91년 12월20일 새로운 다국간 무역협상의 전분야를 망라한 초안(둔켈 페이퍼)을 제시, 협상을 계속할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을 마련했다.

 이 안은 UR협상의 가장 큰 장애물인 농업분야를 비롯, 모든 분야에서 협상의 기준을 제공하고 있다. 이 안에 의하면 농업분야에서는 예외없는 관세화원칙이 적용된다. 또 농산물의 관세를 93년부터 99년까지 7년간 36% 삭감하고 최소수입량은 개방 첫해 국내소비량의 3%로 하되 7년간 5%로 확대한다. 국내 농산물보조금은 86∼88년 평균을 기준으로 7년간 20%를 삭감한다.

 무역협상위원회(TNC)는 92년 1월 이 안을 검토했으나 일본·EC·캐나다·스위스등이 수정을 요구하면서 지루한 UR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이에따라 둔켈총장은 협상의 효율성을 위해 분야를 ▲시장개방협상 ▲서비스협상 ▲법조문화협상 ▲합의안수정협상등 4개로 나눠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

 합의는 이해가 걸린 당사국들이 분야별 개별협상을 통해 수정안을 마련하고 이를 분야별합동회의에서 취합, 최종수정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에앞서 각국은 92년3월까지 각국의 입장을 서면으로 제출, 협상의 기본자료로 삼았다. 제출된 각국안을 보면 일본은 쌀시장의 개방불가방침을 비롯, 농산물의 관세율을 최대한 높였으며 EC는 프랑스등 농업보조금 삭감반대국의 설득에 실패, 삭감률을 공란으로 비워두기도 했다.

 이때부터 미국과 EC간의 농산물협상은 본궤도에 돌입했으며 3월의 베커미국무장관―들로르EC집행위원장회담, 부시전미대통령―콜독일총리간 정상회담등 각급회담이 잇달아 열렸다. 그러나 양측은 합의에 실패하고 7월 뮌헨에서 열린 서방선진7개국 정상회담에서 연내합의목표를 재확인했다.

 미EC는 오일시드분쟁을 계기로 92년 11월 농산물보조금과 보조금을 받는 농산물 수출물량을 감축키로 하는 농산물협정(블레어하우스협정)을 체결했다. 이로써 UR협상은 곧 타결될것같은 분위기에 젖어들었고 각국은 이제 UR협상은 9부능선에 올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EC국가가운데 농업비중이 가장 큰 프랑스가 블레어 하우스협정의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서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그동안 제네바에서는 시장개방분야에서 미국·EC등 20개국이, 서비스분야에서 15개국이 2국간 협상을 벌였으며 미국 EC 일본 캐나다등이 지난 7월과 10월 두차례에 걸쳐 의견조정작업을 벌였다. 현재 각국은 관세인하의 품목을 새로 제시한 상태에서 비공개 수정협상을 계속하고있다.

▷남은쟁점◁ UR 연내 타결에 최대 걸림돌로 지목돼온 미 EC간 농산물 분야 쟁점은 지난달 말 양측의 워싱턴 협상 이후 사실상 거의 타결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산물 수출 보조금과 보조금 지급 농산물의 수출량 감축을 골자로 한 블레어하우스 협정중 미국은 프랑스등 EC의 요구를 일부 수용, 곡물 재고량을 수출 물량 삭감 대상에서 제외하는것을 받아들일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진전에 힘입어 1∼2일 브뤼셀 협상에서 양측이 충분한 합의에 이른다면 UR는 연내 타결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동안 UR를 파산시키려 한다는 외국의 비난을 사면서까지 블레어하우스 협정의 재론을 외고집으로 밀고온 프랑스는 협상 타결 시한이 닥치는 10∼15일 사이 블레어하우스 협정의 승인 여부를 의회 표결에 부치겠다고 발표, 마지막 순간까지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교섭의 긴장을 늦추지 않을것을 다짐하고 있다.

 프랑스는 블레어하우스 협정이 규정한 보조금 지급 농산물의 수출 물량 감축폭 21%를 18%로 더 낮출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일본등에 정권의 위기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는 쌀 개방 문제는 모든 농산물의 예외없는 관세화라는 대원칙에 밀려 유예 기간을 두고 최소시장 접근 방식에 의한 부분 개방을 허용하는 쪽으로 흘러가는 느낌이다.

 농산물 수출 13개국(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칠레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헝가리) 모임인 케언스그룹은 보조금·수입물량 제한등의 인위적 장벽을 완전 철폐해 농산물의 국제 시장 가격을 완전 자유화할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섬유 분야 협상은 가트를 이탈해 양국 쌍무협상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 다자간 섬유협정(MFN)을 10년 내에 가트 체제로 돌려놓자는 둔켈안을 놓고 그 기간을 15년으로 더 늦추자는 미국측 입장과 둔켈안대로 하자는 다른 나라들의 입장이 대결하고 있다.

 MFN은 쌍무협상 체제라는 성격상 차별적 규제가 가능, 국제 무역을 왜곡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특히 섬유수출량이 많은 개도국들이 미국등 선진국의 자의적인 MFN 적용에 불만을 터뜨려왔다.

 공산품 관세 철폐 문제는 지난 7월 도쿄 서방선진 7개국 정상회의에서 미 일 EC 캐나다가 건설장비 의약품 철강 가구 의료기기 맥주 증류주의 8개 품목에서 완전 철폐를 합의하고 다른 나라들에 참여를 촉구하고 있으나 나라마다 품목별 손익 계산이 엇갈려 진전이 더디다. 

 지난 11월 시애틀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는 전자 종이 완구 과학장비의 관세 철폐에 합의하고 이를 다른 나라에도 촉구하고 있으나 전자 분야에서 고관세로 시장 보호를 하고 있는 EC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상품 분야와 함께 UR의 양축을 이루는 서비스 분야 협상은 금융 법률 해운 시청각 통신등 세목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미국과 EC가 다투고 있다.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미국과 EC는 보험등의 상품 개발 및 영업 허가등 완전 개방을 요구하는 점에서 같은 입장이지만 내외국 기업의 조세 차별을 금지하는 문제로 좁혀볼 때 미국은 자국의 현행법으로도 차별은 금지되고 있다면서 별도의 국제 규정을 마련하는데 반대, 자국기업을 보호할 방패를 포기하려 하지 않고 있다.

 영화 TV 프로그램 비디오 음반등 시청각 상품 시장은 할리우드의 자본과 영향력으로 세계를 장악하려는 미국이 완전 개방을 외치는 반면 유럽은 유럽의 문화적 자존심을 걸고 이에 반대하고 있다.

 UR는 21세기 세계 무역질서의 틀을 짜는 대도전이기 때문에 자국 이기주의를 최대한 드러내는 노골적인 계산인 동시에 주도권 쟁탈전이기도 하다.

 특히 미국은 향후 세계 무역 질서의 패권을 잡기 위해 일부 분야에서 UR가 추구하고 있는 국제 보편주의 원칙보다 자국 규정의 우선을 내세우고 있다.

 다자간 무역기구(MTO)의 설립, 무역분쟁 처리를 위한 국제기준 마련, 농산물 검역 분야에서 미국의 그같은 입장이 드러난다.

 MTO 설립과 무역 분쟁 처리 국제 기준 마련은 대다수 나라들이 지지하고 있으나 미국은 자국 통상 정책이나 법규가 이들 국제 규약으로 제한될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특히 MTO 설립은 극구 반대다.

 미국은 농산물 검역이나 환경·건강등 관련 국제 기준이 자국 기준보다 낮을때 자국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통신등 일부 분야에서는 협상효과 제고를 위해 다자간 협상과 함께 쌍무 협상을 병행할것도 요구하고 있다.【이진희·오미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