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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대통령연설 불참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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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대통령연설 불참 해프닝

입력
1993.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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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 30분전에 의원간담회 시작 “사태 예견”/39명 계속남아 정부·당지도부 고수위성토 정기국회운영과 관련, 민주당이 일전불사의 대여강공태세를 굳히고도 구체적 전략전술을 싸고는 내부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29일의 의원간담회는 이 과정에서 당내부가 중심축이 없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였다.

 이날 상오 국회에서 열린 의원간담회는 김영삼대통령의 국회 본회의 연설 청취여부를 의제로 치열한 설전을 벌였으나  연설을 들을것인가, 말것인가를 놓고 행동통일을 하지 못했다. 소속의원들 가운데 이기택대표를 비롯한 44명은 연설청취를 위해 본회의장에 들어갔으나 나머지 39명은 간담회가 열린 146호실에 남아 정부와 당지도부를 향해 무차별 공격을 퍼붓는 격앙된 분위기였다.

 특히 논란도중 상오 10시5분께 김대통령이 민주당의 결론을 기다리지 않고 정확히 예정시각에 연설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강경세가 급등했다.

 ○…상오 9시로 예정된 의원간담회는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가 길어지는 바람에 30분이나 늦게 시작돼 처음부터 김대통령의 연설예정시각(10시)에 쫓길 것으로 예견됐다.

 김태식총무가 『일단 본회의에 참석해 연설을 경청하되 이기택대표가 의장실에서 김대통령을 만나 쌀시장개방 불가의지의 표명을 촉구키로 했다』고 최고위원회의결과를 소개하는 순간부터 『경청은 무슨 경청이냐』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박석무의원등은 『그렇다면 왜 간담회를 여느냐, 불참해야 한다』고 소리쳤고 곧바로 분위기가 가열되기 시작했다.

 김총무는 『토론할 시간이 없다』며 간단히 회의를 종결시킬 움직임을 보였으나 김봉호 안동선의원이 제동을 걸었고 이어 이희천의원이 『오늘 연설불참은 물론 모든 국정심의를 거부하고 단식투쟁에 들어가자』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모두가 정부에 속고 있다』(박석무의원) 『대통령이 직을 걸고라도 쌀시장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지 않는다면 그순간에 퇴장하자』(최락도의원) 『최고위원과 당3역만 들어가고 나머지는 불참하자』(장기욱의원)는등의 의견이 난무했다.

 불참론이 우세해지자 조세형최고위원은 『개인적인 불참은 가능하나 집단거부는 오늘 대통령연설문에 벌써 「정쟁지양」얘기가 나오듯 엉뚱한 빌미를 줄 수 있다』고 경계론을 폈고 김총무도 『개인적 불참은 가능하나 당입장은 참석이 원칙』이라고 은근히 결론을 유도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이길재의원) 『앞에 나서 쌀개방반대서명도 못하는 여당의원들이 좀 기다린다고 대수냐』(김영진의원)는 등의 발언이 잇달았다. 회의가 10시를 막 넘긴 순간 누군가가 『연설이 시작됐다』고 외치자 의원들은 저마다 고함을 지르며 흥분했다.

 ○…의장실에서 잠시 김대통령을 만난 이대표가 상오10시7분께 회의장에 들어온 직후 빼앗다시피 발언권을 얻은 정대철상임고문은 『어떤 경우든 정치는 정치』라고 상기된 얼굴로 연설청취를 주장했으나 의석에서는 『야당은 필요없다는데 무슨 참석이냐』는 고함들이 잇달았다.

 이대표는 상기된 표정으로 『대단히 중요한 순간에 왔다』고 좌중을 진정시킨 뒤 『김대통령이 쌀문제에 대한 의지표명은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했으니 일단 본회의에 들어가자』고 힘주어 강조했고 40여명의 의원들이 『들어가자』며 자리에서 일어서 이대표와 함께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김원기 조세형 한광옥 신순범 노무현최고위원과 김총무를 비롯한 당지도부와, 김령배 김봉호 박실 신기하 최락도 장기욱 이협 박석무 김영진 채영석 김충조 장석화의원등 39명의 의원들이 계파와 무관하게 자리를 지키면서 지도부의 「어정쩡한」 당론결정과 여당의 태도를 싸잡아 성토했다. 이들은 일단 농촌출신의원들로 파악됐으나 비주류의원들도 상당히 「편승」한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본회의장에 불참한채 잇달아 성토와 비난발언을 쏟아내며 「반쪽회의」를 계속했다.

 김대통령연설이 끝난후 김총무는 『오늘중 의원간담회를 다시 열테니 일단 해산하자』고 산회를 선포해 회의는 일단 끝났으나 의원들은 총무실등에 모여 앉아 『최소한 5∼10분은 기다릴 줄 알았다』 『정치는 사라졌고 이제 남은것은 싸우는 일 뿐』이라고 노기를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황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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