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운동의 변화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총학생회장 선거를 치른 대학가에서는 「새로운 학생운동」을 외치는 운동권 신세대가 대거 등장했는데, 그들은 정치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학내외의 개혁에 폭넓은 관심을 기울일것을 다짐하고 있다. 전체대학의 선거결과를 보면 아직도 기존의 운동권 세력이 우세하다. 27일 현재 총학생회장 선거를 치른 1백21개 대학중에서 민족해방(NL)계열이 61개교, 민중민주주의(PD)계열이 20개교로 81개대학에서 기존 운동권 후보가 당선했다. 서울대등 5개교에서 당선자를 낸 「21세기 연대」등 신운동권 세력이 승리한 대학은 35개교로 전체의 29%정도다.
그러나 서울대 연세대등 주요대학에서 기존의 운동권 후보들이 낙선했다는 점에서 대학가의 새바람은 숫자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NL계열의 아성이던 전남대 한양대에서는 NL계 후보들이 당선했으나, 1차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지못해 2차까지 가는등 전에 없이 힘겹게 싸웠다.
대학운동의 방향전환에 대한 여론은 환영일색이다. 70년에 걸친 사회주의 실험이 소련과 동구에서 참담한 실패로 끝난지 오래고, 북한은 총체적 붕괴에 직면하고 있는데, 우리 대학생들은 주사파가 웬말인가 라고 한심해하던 사람들은 대학가의 새바람을 반기고 있다. 공부하는 대학,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세계와 호흡을 같이하는 대학, 오늘 거리로 나와 싸우기보다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이 돼야 한다는 주문이 대학운동의 방향전환을 계기로 새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다 옳은 충고다. 그러나 우리가 과거를 잊고 충고만 하는것은 옳지않다. 1960년 4·19학생혁명이래 우리의 대학가에는 최루탄 화염병이 사라질 틈이 없었다. 그런 세월이 30년이나 흘렀다. 젊은이들은 조국의 민주화라는 벅찬 짐을 어깨에 지고 허덕이면서 싸웠다. 민주제단에 많은 젊은이들이 피를 뿌렸고, 목숨까지 바쳤다. 김주열, 이한열, 박종철의 꽃다운 넋이 4·19와 6월항쟁을 불렀다.
학생운동 없이 우리가 무엇을 얻을수 있었겠는가. 그들이 총칼에 맞서 싸울때 우리는 자욱한 최루탄 가스속에서 같이 우는일 이외에 무엇을 했던가. 어린 학생들의 어깨에 힘겨운 짐을 지운채 어른들은 어디 있었던가. 학생운동의 혼돈은 그들이 강파른 역사의 언덕을 총칼에 맞서 싸우며 혼자힘으로 넘어야했던 긴후유증이었다. 그들은 유연하게 변신할 수 없었고,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이제 새로운 학생운동이 싹튼다고 해서 우리는 안심해도 될까. 그들이 다시 『누구도 못믿겠다. 우리의 어깨에 다시 나라를 짊어져야겠다』라고 나서게 된다면, 신운동권이라해서 화염병을 들지 않을까. 대학운동권 3세대임을 자임하는 신운동권의 어깨는 그들의 선배들에 비해 홀가분하다. 그들은 1세대, 2세대를 딛고 등장했다. 기성세대가, 특히 지식인들이 다짐할것은 『나라의 짐을 다시는 학생들에게 지우지 않겠다』는 맹세다. 대학이 대학다워지려면 우리 모두가 자기의 짐을 져야 한다는 생생한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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