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직 쌀시장개방문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절감하지 못하는것 같다. 「쌀시장 개방불가」의 입장에서 「조건부 개방」으로 후퇴를 시사하고 또한 개방조건으로 관세유예기간과 기간중의 최소 시장접근 한도등에서 일본이 타협한것 보다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도록 한다고 운운하는것이 과연 우리정부가 협상전략이나 제대로 갖고 있는지를 의심케한다. 쌀시장 개방문제에 관한한 쌀이 우리의 농촌과 농촌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도 엄청나게 크다는것과 농촌및 농촌경제가 붕괴되어서는 한국경제의 생존자체가 의문시된다는 상황인식에서 출발해야한다. 따라서 개방을 한다해도 우리농촌경제의 존립을 위협하는 식으로 이뤄져서는 안되는것이다. 정부는 먼저 어떻게 하면 미국의 쌀생산자나 미곡상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경쟁체제를 갖출것인가를 고려해야한다. 거기에 소요되는 자금동원능력, 제도개편, 경지정리, 소요시간등을 감안하여 협상조건등을 제시하고 협상자체를 끌어가야 하는것이다.
미국이 주도하고있는 우루과이 라운드(UR)협상도 자유무역을 확대, 세계각국의 번영과 성장을 도모하는데 명분이 있다. 1백여개국이상의 가트(관세및 무역에관한 일반협정)회원국들이 이번에는 우루과이 라운드협상을 성공적으로 종결시켜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하는것도 이 때문이다. 클린턴미대통령은 이 협상을 매듭짓겠다는 결의가 제안자인 레이건대통령에 못지 않게 강한것 같다. 정부는 지금 클린턴행정부의 위력적인 공세에 압도당해 결전을 하기도 전에 위축된듯이 보인다. 정부는 다시 한번 한국경제에서의 쌀의 중요성과 개방 불가의 입장을 역설하고 「조건없는 관세화」의 수용을 강요하는 경우에는 그 조건에 대해서 우리의 입장과 요구를 주저없이 개진해야 하는것이다.
정부는 쌀개방문제에 대해 본질적으로 접근해야한다. 경쟁체제의 구축문제와 연계하여 풀어가야 하는것이다. 그렇지않고 우루과이 라운드협상의 진척과 분위기에 휘말려 즉흥적이거나 행정편의식으로 유예기간, 최소 시장접근 한도등 개방조건등을 가볍게 제시해서는 국가백년대계를 그르친다는것을 인식해야한다. 우선 국내적으로 미작경쟁체제 구축과 그 방법에 대해 개략적이라도 국민적인 합의가 이뤄진뒤에 그것을 바탕으로 협상을 전개하는것이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신농정의 일환으로 마련해놓고있는 농촌구조 개선사업은 너무나 포괄적이고 개괄적이다. 실현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쌀개방문제는 식량안보차원에서도 심각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74년 미국의 곡물수출금지내지 제한으로 야기됐던 세계적 식량위기는 얼마나 무서웠던것인가. 4천만명의 주식이 몇안되는 미국의 미곡상들에 좌우된다는것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지는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쌀이 우루과이 라운드협상의 제물이 될 수 없다는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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