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맹모」와 남성가출/박찬식(화요칼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맹모」와 남성가출/박찬식(화요칼럼)

입력
1993.11.30 00:00
0 0

 올해 국제정치계는 여성의 진출이 특히 활발했던 한해로 기록될만 하다. 지난 6월과 10월 각각 총리에 뽑힌 터키의 탄수 실레르와 파키스탄의 베나지르 부토를 포함해 현재 대통령이나 총리로 재임중인 여성정치인만 모두 8명이나 된다. 도미니카의 메리 유디니아 찰즈총리, 아이슬랜드의 비그디스 핀보가도티르대통령, 노르웨이의 그로 할렘 브룬틀란트총리, 니카라과의 비올레타 차모로대통령, 아일란드의 메리 로빈슨대통령, 방글라데시의 칼레다 지아총리와 실레르,부토총리가 그들이다. 2차대전후 세계 최초로 1960년 스리랑카에서 여성국가수반 시리마보 반다라나이케총리가 탄생한 후 우리 귀에 익은 이름만 꼽아도 인도의 인디라 간디총리, 이스라엘의 골다 메이어총리, 아르헨티나의 마리아 페론대통령, 필리핀의 코라손 아키노대통령, 영국의 마거릿 대처총리등이 얼른 생각난다.

 일선정치인은 아니지만 클린턴미대통령부인 힐러리여사의 활약도 눈부시다. 그는 최근 클린턴대통령이 정권의 운명을 걸고 내놓은 의료보험제도개혁법안을 심의하는 의회청문회에 의료보험특위 위원장 자격으로 출석해, 전국에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혀끝이 날카롭기로 명성이 높은 의원들을 당당히 설복함으로써 반대파 쪽에서까지 탄성이 나오게 했다.

 그 직후 USA투데이지와 CNN방송이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했는데, 대통령과 힐러리여사중 어느쪽이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힐러리」가 40%, 「대통령」이 22%로 결과가 나왔다. 그를 「이상적 여성상」으로 응답한 사람이 76%, 「각료자격이 있다」가 71%였고, 심지어 대통령에 「적합하다」는 응답이 47%에 달해 「적합지 않다」의 44%보다 3%가 많은것으로 나타났다.

 『빌(클린턴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업적보다 힐러리의 남편이었다는 사실로 역사에 이름을 남길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만큼 그의 인기는 지금 하늘 높은줄을 모르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미국역사상 처음으로 여성대통령이 나오게 될지 모른다. 오늘같은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에 여성이 미국대통령이 된다는것은 국제정치무대에 여황의 출현을 의미한다.

 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여성해방운동과 75년 유엔의 「세계 여성의 해」를 계기로 여성의 권익은 지난 20∼30년동안 크게 신장돼 왔다. 여성정치인의 활동이 활발해지는것도 이 흐름의 하나이지만, 특히 올해 총리에 선출된 터키의 실레르와 파키스탄의 부토는 둘 다 여성의 사회적 활동을 제한하고 있는 회교국가의 정치인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이 두 사람은 또 여성해방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사회에 나온 40대여성이라는 점이 같은데, 실레르와 비슷한 때 캐나다의 총리가 됐다가 다섯달만에 자리를 빼앗긴 킴 캠벨과 방글라데시의 지아총리, 아일랜드의 로빈슨대통령이 모두 40대다.

 국가수반 외에도 각국의 정계에 진출하는 여성정치인의 수는 맹렬하게 늘고 있는 추세다. 여성해방의 선진국인 북구각국 의회는 여성의원이 전체의 3분의1이나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국회의원 2백99명 가운데 4명, 장관 25명중 3명이 여성이다. 여성의원은 네 사람이 다 전국구다. 정치후진국의 면모가 이곳에서도 드러난다.

 김영삼정부의 첫 내각에 들어가기전 여성운동과 야당의원, 인권변호사로 인기가 높던 황산성환경처장관이 요즘 신문의 정치가십난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그를 아끼는 사람들은 그의 직무수행 능력이 아니라 지도층인사로서의 처신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처신을 올바르게 하자면 감정과 욕망을 자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민정치는 자제력 있는 정치인들이 정치를 이끌어간다는데 그 뜻이 있다. 민주시민의 첫번째 자격은 다른사람의 처지를 생각해 자기의 욕망을 자제할줄 아는 지혜를 갖추는 일이다. 그들만이 문민시대의 정치인을 선택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도덕정치철학자를 길러낸 「맹모」는 아들의 교육환경을 위해 집을 옮겼지만, 남편의 출세와 자녀의 장래를 위해서라는 핑계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 해내고야 마는 우리의 「맹모」들은 민주사회질서를 파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자녀를 나약하게 만들고 남편을 가정으로부터 몰아내고 있다. 가정을 가진 30∼40대 남성의 가출이 크게 늘고 있음을 알리는 경찰통계(한국일보 석간 19일자)는 충격적이다. 여성의 진출은 사회의 다양성과 발전을 위해 얼마든지 있어야 할 일이지만, 민주사회는 자제할줄 모르는 욕망과 감정의 배설을 허용하지 않는다.【편집국부국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