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남극점을 향해 머나먼 도보대장정에 나선 94한국 남극점탐험대는 남극의 올 여름시즌 유일한 극점탐험대로 기록된다. 26일 처음으로 남극에 발을 디딘 한국남극점탐험대와 같은 비행기에 탄 승객은 남극 최고봉 빈슨 매시프를 오를 미국·캐나다등의 등반대원과 관광객등 20여명 뿐이었다.
이제 남극은 목숨을 건 영웅적 탐험시대를 지나 각국의 영유권 주장시대, 지하자원 및 생태계연구의 시대를 거쳐 관광의 시대를 맞이하고있다.
이 비행기를 독점운항하는 미국 ANI(ADVENTURE NETWORK INTERNATIONAL)사는 몇가지 남극관광 프로그램을 가지고 8년째 장사를 하고있다. 오랜 세월동안 탐험가들의 마지막 목표였던 남극점 도달도 비행기 관광으로 얼마든지 가능하게 된것이다. 그래서 탐험가들은 맥빠지고, 남극점의 신비도 그만큼 줄었다.
이날 비행기에 탄 관광객중 가장 눈에 뛰는 사람은 사우디 아라비아인 2명이었다. 열사의 나라에서 극한의 땅으로 간 두사람의 신분은 F 15제트기 조종사와 공무원. 조종사는 왕족이라고 했다.
이들은 여행가이드를 동반해 패트리어트 힐에 내린 뒤 전세기로 극점까지 간다. 그후 펭귄관광을 마치고 푼타 아레나스로 오는 일주일 여정이다. 이 짧은 관광의 공식경비는 25만여달러. 우리 돈으로 2억원이 넘는다.
이들은 호기심 때문에 극점으로 간다고 말했다. 호기심이야말로 수많은 탐험가들을 고통과 절망, 그리고 죽음으로 까지 유혹하는 본능적 욕망이다.
그 호기심 때문에 한국 남극점탐험대원 4명은 영하 30∼40도의 3천5백리 얼음길을 걸어서 간다. 다른 탐험대가 이용하는 개썰매, 비행기로 중간지점 곳곳에 보급물자를 떨어뜨리는 항공지원도 없이 극점에 가는것은 엄청난 모험이다.
한국탐험대가 극점의 도보정복에 성공하면 세계 3번째로 기록된다. 지난해 일본대는 같은 길을 67일에 걸었으나 한국 탐험대는 50여일만에 극점을 정복하는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고있다.
수억원을 내고 비행기로 손쉽게 극점관광을 할수 있는 시대에 한국인들의 도전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보여줄것인가. 걸어가면 돈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일까. 이 타산적이고 향락과 편의만을 추구하는 시대에 참으로 무서운 질문을 던지고 한국 탐험대 4명은 남극점을 향해 떠났다.【패트리어트 힐=손태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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