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실리확보 세력잠식 인상적/한국팀 소년불구 11승9패 우세”/일 좁은안목 크게 반성 「한국바둑은 왕소금이다」
얼마전 한국기사들과 친선교류전을 가졌던 일본기사들의 한국바둑에 대한 소감이다.
일본기원이 발행하는 「기도」지는 최근호에서 지난 9월에 열렸던 한일 전문기사교류전 참가기를 실었다. 일본기원의 촉망받는 유망주의 하나인 오야 (대시호일) 8단이 쓴 이 참가기는 한국바둑을 처음 접해본 일본 젊은 기사의 한국바둑에 대한 솔직한 소감을 담고 있어 나름대로의 흥미를 더해준다.
이번 한일교류전에서는 한국측에서 정현산 윤성현 4단, 윤현석 최명훈 3단등 최근 엄청난 기세로 선배들을 뒤쫓고 있는 평균연령 20세의 4단이하 저단기사들이 출전했고 일본측에서는 젊은 기사들의 바둑연구모임인 신성회 소속인 3단부터 8단까지의 기사 10명이 참가, 경험과 관록면에서 한국측의 열세가 예상됐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한국기사들이 선전, 11승9패로 우세를 차지했다.
오야 8단의 참가기도 이같은 예상외의 패배에 대한 원인분석과 그동안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일본바둑만 제일로 알아왔던 자신들의 좁은 안목에 대한 겸허한 반성이 담겨져 있다.
먼저 오야가 한국바둑을 처음 접해보고 느낀 것은 집에 짜다는 점이었다.
『나는 한국에 도착해서 두 가지 사실에 매우 놀랐다. 하나는 요리가 짜다는 것이다. 김치를 비롯한 한국요리가 짜다는 얘기는 일본에서도 충분히 들었지만 막상 먹어보니 상상이상이었다. 바둑도 마찬가지였다. 음식 못지 않게 바둑도 「왕소금」이었다. 한국기사들은 대부분 초반부터 집을 무척 밝힌다. 그래서 상대는 초반에 실리는 약간 빼앗겼다 해도 대세를 크게 장악, 「더 볼 것도 없다. 바둑은 이제 끝났다」고 안심하고 있다가 어느 틈에 형세가 반전되어 버리곤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는 조훈현 서봉수등 선배기사들의 영향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사인방은 매우 짠 바둑이다. 그들은 모두 먼저 집을 장만한 후 상대의 진영에 과감히 쳐들어가 유린하는 스타일의 바둑이다. 물론 이같이 집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간혹 무리가 발생하기도 한다. 나와 대국했던 정현산 4단의 경우 집을 너무 밝힌 나머지 그만 과수를 둔 탓에 내가 승기를 잡을 수 있었지만 만일 상대가 보다 온건하게 참았다면 매우 곤란했을 것이다.
윤영선 초단도 16세의 아리따운 소녀답게 매우 기민한 행마의 소유자였다. 현재 여류기사 가운데 최고수는 중국의 루이나이웨이 9단으로 알려져 있지만 앞으로 그녀를 추월하는 것이 한국의 여류기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첫날 1회전 대국결과가 5대5로 나왔을 때만 해도 「생각보다는 강한데. 하지만 2회전에서는 우리측이 7∼8승정도는 문제 없다」고 장담했지만 최종결과는 9승11패. 나이가 많다고 해서 바둑을 더 잘두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가 대부분 20세미만의 어린 소년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실상 참패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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