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투쟁우선노선과 정치투쟁 위주로 일관했던 대학생들의 학생운동이 일대변모의 조짐을 보이고있다. 이변이라면 큰 이변이다. 너무 때늦은 변화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긍정적인 입장에서 환영하고싶다. 국제적으로 소련과 동구의 공산권이 몰락해 이념투쟁노선이 설자리를 잃은지 오래다. 국내적으로도 문민정부가 등장해 반군사·반독재투쟁이라는 정치적인 이슈도 사라졌다. 그런데도 우리대학캠퍼스에서만은 80년대이래 학생운동을 장악했던 민족해방(NP)계열이나 민중민주(PD)계열의 편향된 극렬운동권이 최근까지 학생운동을 주도했다는것은 우리의 학생운동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며 우물안개구리식인가를 입증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학생운동이 요즘 대학가에서 치러지고 있는 학생회장선거에서 탈이념·탈정치성향의 비운동권 후보들을 속속 선출하는 새로운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학생운동의 변화조짐을 분명히 실감케한다.
학생운동의 이념제공과 투쟁노선설정등에 주도적 역할을 해왔던 서울대학생회장선거에서 기존의 운동권이 아닌 미래지향적 변화를 추구하는 「21세기 연대」란 새로운 학생운동조직의 후보가 당선됐다는것은 학생운동의 변화방향까지를 예측하게한다. 연세대총학생회장 당선자의 공약은 투쟁위주 운동방식탈피·학생조합설립등 학생복지와 취업문제등 실리적인 것들이 많았다. 학생운동의 본래 모습을 보는것같다.
그러나 전국적인 차원에서 보면 비운동권출신 후보를 선출한 대학은 전체의 34%가 채 안된다. 과반수이상의 학생회장들이 아직 운동권소속이다. 이들 운동권이 장악하고 있는 대학들의 학생운동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우리는 관심을 늦출수 없다.
그러나 운동권이 주도하든, 비운동권이 이끌든 앞으로의 학생운동은 80년대이후 지속됐던 투쟁노선이나 투쟁방식으로는 더이상 통할 수 없다는것을 학생들은 분명히 알고있을 것으로 믿는다. 학생운동을 마치 독립투쟁하듯이 전국적으로 통일된 조직을 갖추고 명령하나로 일사불란하게 행동하는 방식은 이제는 사라져야 마땅하다.
학생들이 전대협이네 한총련, 남총련이네 하는식으로 전국 또는 지역적 연합조직을 만들고 화염병까지 서슴없이 사용하던 지난날의 시위를 한때나마 국민들이 용납했던것은 반독재·반권위주의통치 투쟁이라는 시대적 불가피성 때문이었다고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시대적 불가피성이나 폭력까지 사용하는 학생운동의 정당성이 용인될 여지는 더이상 없다. 지금은 학생들이 더욱 치열해질 국제적 경쟁속에서 미래의 주역으로 당당히 나설수 있는 실력을 쌓는데 한층 주력할때다. 대학생들이 보다 나은 미래를 대비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학생운동의 방향이 새롭게 정립돼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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