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간에 걸친 김영삼대통령의 「화려한 외출」이 끝났다. 우리 언론은 김대통령의 방미소식을 연일 상세하게 다루고 그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무엇보다도 아태경제협력체(APEC)지도자회담에서 김대통령이 보여준 당당한 모습은 국제무대에서 달라진 한국의 위상변화를 실감케했다. 그러나 9일간에 걸친「말의 성찬」끝에 접하게되는 소식은 APEC이나 연쇄 정상회담 때와는 분위기가 영 딴판이다.
김대통령의 방미로 일단락됐다는 북한핵 문제와 시장개방을 둘러싸고 계속되는 혼선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의 최대 현안인 이 두가지 문제가 김대통령의 방미로 어떻게 매듭지어졌는지 전혀 명쾌하지 않다.
뭔가 가닥이 잡혀가는 듯하던 북한핵문제는 원점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팀스피리트훈련에 관한 판단은 우리가 내린다」는 김대통령의 거듭된 강조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서 오히려 의아심마저 든다.
한국의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으로 미국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모르겠다는 불만의 소리가 미행정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김대통령이 귀국한 뒤에도 외무장관은 북한핵 문제를 「철저하고 광범위하게」대처하기로 했다는 낱말풀이를 하느라 바쁘다.
오히려 「 철저하고 광범위하게」라는 표현은 미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대한 시장개방을 촉구하면서 쓴 표현이 아니었던가 싶다. 김대통령이 귀국길에 오른 24일 미상무장관은 현지 TV에 나와 『정상회담중 한국의 시장개방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에 성과가 있었다』며 흡족해 했다는 소식이다.
이렇게볼때 김대통령은 방미기간중 북한핵과 관련한 원칙을 확인받는 대신,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실리를 잃은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 십상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화려했던 외출」을 지켜본뒤 각자 나름대로의 손익계산서를 만들어 찬찬히 훑어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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