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여건 일 보다 열악” 설득/“충격 최소화” 빗장풀기 고심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시한(12월15일)을 앞두고 UR타결을 위한 협상이 급진전되는 양상을 보이자 우리 정부도 쌀시장개방문제와 관련, 다각적인 새로운 협상방안 검토작업에 나섰다.
그동안 줄기차게 천명한 쌀시장 개방불가 방침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UR협상 분위기로 보아 쌀시장을 개방할 수밖에 없다는 대세론이 강하게 대두되자 정부는 보다 유연한 협상대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쌀시장 개방만은 안된다』는 주장을 꾸준히 펼쳐온 정부가 쌀시장개방문제에 대한 물밑작업을 구체화하기 시작한것은 APEC(아태경제협력체)정상회담 전후인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우리나라와 함께 쌀시장개방불가를 주장했던 일본이 쌀시장의 조건부개방을 받아들이는것으로 알려져있고 GATT(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가 일본의 쌀시장개방방안을 종전의 예외없는 관세화원칙에 대한 수정안으로 받아들일 태세여서 우리정부로서는 더이상 쌀시장을 개방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기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됐다는 관측이다.
쌀시장개방에 대한 방향키를 잡고 있는 미국측은 『개방할 경우 농민들의 거센 반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수입면책대상농산물에 대해서도 관세화계획을 이미 GATT에 제출해놓고 있다』며 한국의 쌀도 예외일 수 없다는 주장을 강도높게 펴고있다. 미국은 GATT창설이후 지금까지 46년간 면화 사탕수수 땅콩 쇠고기등 14개 기초농산품에 대해 GATT의 특별규정인 수입면책(웨이버)조항에 따라 수입을 제한, 국내산업을 보호해왔다.
또 정부의 일각에서는 이왕 UR가 타결돼 우리나라의 쌀시장이 강제 개방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면 「기분좋게」 미국에 쌀시장을 개방하고 얻을것을 얻어내는것이 더 나은 협상태도일것이라는 주장도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만약에 협상타결시한인 12월15일까지 우리의 입장에 대해 미국등 관계국의 양해를 얻지 못한채 UR가 타결돼버릴 경우, 우리의 주장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UR에서 타결된 기본원칙에 따라 이해당사국과 쌍무협상에 들어가야 하므로 우리가 받아낼 것이 아무것도 없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25일 김광희농림수산부제1차관보를 조건부개방을 검토하고 있는 일본에 파견, 일본측 농산물분야 협상책임자인 농림수산성의 시와쿠심의관을 만나 일본의 입장을 파악토록 했다.
허신행농림수산부장관도 『현재로서는 쌀시장을 개방할 수 없지만 만약의 경우 쌀시장을 개방해야할 경우에 대비해 대책마련작업을 벌이겠다』며 『UR협상이 무르익을 시기인 내달 초순께 제네바를 방문, 이해당사국인 미국등과 협상을 벌일 계획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농림수산부는 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쌀시장 개방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등을 분석토록 했다.
우리가 쌀시장을 개방할 경우 원용할 가능성이 있는 일본측의 쌀시장 조건부개방안은 UR협상이 시행될 95년부터 2000년까지 6년간 최소시장접근방식을 채용, 관세화를 일단은 유보시키고 이후 관세를 통해 수입을 자유화, 시장개방의 충격을 완화시킨다는것이 골자다. 유보기간중 첫해인 95년에는 일본의 연간 쌀소비량의 4%(2백80만섬)를 현재의 관세로 수입하고 마지막해에는 국내 소비량의 8%(5백60만섬)까지 늘리고 최소시장접근기간중인 99년께 개방계획에 대해 다시 협상을 벌여 2001년부터는 관세부과방식으로 수입을 자유화하겠다는것이다. 그러나 이런 협상내용도 언론에 의해 알려진것일뿐 일본정부가 공식발표한 사항은 아니다.
농림수산부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쌀시장이 개방될 경우 일본의 개방방식을 원용할 수 있으며 한일간의 무역및 농업구조를 볼때 일본보다는 더 나은 개방안을 얻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우 1인당 농가소득이 일본의 22%에 불과했고 농외소득의 구성비율도 일본이 80%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49%에 불과하는등 농업여건이 열악하다는 점등을 인정받도록 한다는것이다.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우리나라는 쌀시장을 개방은 하되 개발도상국의 입장을 인정받아 10년동안 최소시장접근방식으로 극히 일부만 개방할 수 있다. 수입물량을 UR협상 시행 첫해인 95년에는 국내소비량의 2%(72만섬)로 하고 10년뒤인 2004년에는 3.3%(1백20만섬)까지 수준을 상향조정한다는 방식이다. 또 최종시한을 2년가량 앞두고 관세부과방식으로 쌀시장을 수입자유화하는 시기와 관세폭등에 대해서 재협상해 우리측에 유리한 입장을 얻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나라의 쌀시장 개방문제는 국제화와 개방화라는 세계적인 조류속에서 최악의 어려움에 직면한 정부가 어떤 대안으로 어떤 외교적 협상능력을 발휘할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박영기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