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된 주장… 「훈령조작」안개속

◎이특보가　“기존방침　고수”가짜훈령/임차관/임차관　입장　청훈답신　뒤늦게　왔다/이특보/훈련조작-문서유출　함께　규명키로/감사원　「이동복안기부장특보의　훈령조작의혹」의　진상은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관계당사자들이　전혀　상반된　주장을　제기하고　있는　탓이다.　한쪽은　이특보가　고의로　훈령을　조작해　이산가족교류가　결렬됐다는　주장이다.　반대편은　이산가족교류가　이미　물건너간　사안이었고　훈령조작등은　당시　평양의　상황이　와전된　탓이라는　반박이다.

　팽팽한　당사자들의　얘기를　신중히　살펴보면　이번　사건의　이면에　깔린　대북정책을　둘러싼　부처와　당사자간의　고질적인　갈등이　문제를　확산시키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8차남북고위급회담　당시엔　부속합의서　채택이　주과제였고　이인모송환―이산가족방문정례화,　판문점에　면회소　및　편지연락을　위한　우체국설치,　동진호선원송환을　놓고　남북이　입씨름하는　형국이었다.　여기서　이특보를　축으로한　안기부측과　림동원통일원차관을　축으로한　통일원측은　견해차가　뚜렷했다.　안기부측은　북의　제안이　실현가능성　없는　애드벌룬용이므로　우리가　양보하더라도　성사가　희박했다는　입장이었다.　림차관등　통일원측의　흐름은　우리측의　양보로　이산가족의　방문정례화등　진전이　가능했다는　견해였다.

　따라서　대북강경론자가　볼때　훈령조작은　평양에　간　대표단이　상황대처를　한　것일　뿐이지만　온건론자의　시각은　훈령조작을　통해　올바른　상황대처를　왜곡한　것이다.

　훈령조작론자의　견해는　이렇다.92년9월16일　하오11시께　남북교류협력분과위원장간의　접촉에서　림차관(우리측　교류협력분과위원장)에게　북측이　이인모송환만　보장하면　이산가족방문에　응하겠다는　입장표시―림차관이　정원식총리(우리측　대표단장)에게　서울로의　청훈건의―정총리수락―17일상오0시30분에　서울로　청훈―17일상오7시15분께　평양상황실장이　기존방침을　고수하라는　훈령이　왔다고　발표―17일　하오5시께　림차관의　입장을　수락하는　공식훈령(노태우대통령의　재가가　난것)이　평양상황실로　도착―이특보가　공식훈령을　묵살해　협상결렬―서울로　대표단이　온　뒤　기존입장고수라는　훈령이　가짜임이　판명,　이특보가　공식훈령을　은폐한것이　드러남―92년10월　노대통령의　진상조사지시　및　이후　이부영의원의　폭로로　이특보의　대표단　대변인직　사임.

　반대론자의　견해는　이와　다르다.　16일　림차관이　청훈하려는　사실을　알고　이특보가　정총리에게　보고―정총리가　기존방침을　갖고왔는데　다시　청훈할　필요없다는　견해피력―이특보가　정총리와　상의해　절충안으로　서울에　기존방침　고수,　림차관건의를　동시에　물어보기로　결정―17일상오0시30분에　서울로　두가지를　동시질의하면서　상오6시까지　회신할　것을　요구―「이특보와　림차관이　또　대립한것같다」며　전문을　수령한　서울상황실의　실무자들이　판단,　이상연안기부장에게　즉보하지　않고　이를　묵살―17일　상오7시15분께　평양의　이특보는　훈령이　도착하지　않은것을　정총리에게　보고,　정총리와　이특보는　기존방침이　확고하므로　대표단에　기존방침이　훈령으로　온　것처럼　설명(이것이　훈령조작으로　와전됐다고　주장)―17일　상오7시　이안기부장이　종합보고서를　통해　평양의　대표단이　보내온　질의들을　봤으나　이특보와　림차관의　대립이라는　동정보고차원으로　접수―17일상오10시　이안기부장이　최영철통일원장관,　김종휘청와대외교안보수석과　상의해　훈령(이안기부장은　림차관질의회신이　아닌　독자적으로　결정한　훈령이라고　주장)을　만들어　하오에　평양으로　타전―현지사정등으로　공식훈령이　늦게　정당시총리에게　보고,　이미　이산가족방문협상이　사실상　결렬됐다는　판단하에　이특보와　정당시총리는　큰　문제를　삼지않음.

　양측의　이러한　주장의　진위여부는　분명치　않다.　진위여부의　규명은　감사원의　과제다.

　감사원은　양자의　첨예한　의견대립　속에서도　거칠게나마　일치하는　▲서울상황실의　실무자가　회신시한을　못박은　대표단의　질의를　안기부장　통일부총리　청와대등에　즉보하지않은　점　▲평양의　대표단이　오지않은　회신을　온것처럼　발표한　과정등은　철저히　가려낸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은　특히　대표단과　서울사이에　오간　전문이　기술·보안등의　이유로　안기부가　담당하고　있는　점을　감안,　진상규명과　함께　당시의　전문이　실무적으로　왜곡되었는지도　밝히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한편　감사원의　감사에선　국가의　최고기밀문서라　할　「조사보고서」가　외부에　유출된　경위도　어느정도　드러날것으로　보여　유출경위노출에　따른　파문도　적지않을것으로　보인다.【이동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