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틀속 합리적 경쟁 유도” 주장/“임금상승 등 부작용” 반론도 팽팽/“민간기업 투자 정부개입 불필요” 지적도 산업연구원(KIET)이 25일 개최한 자동차산업 국제세미나에서 삼성그룹의 신규진출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논문이 발표돼 적잖은 파문이 예상된다.
이날 세미나에서 「신흥공업국 자동차산업의 시장구조와 경쟁정책」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 나선 R M 오티 영국랭커스터대교수는 『한국정부의 자동차산업정책 방향은 점진적 개방화의 틀속에서 합리적 경쟁을 유도해 나가는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오티교수는 『특정 업체가 신규진출을 통해 효율적인 생산전략을 제시하고 기존업계가 이를 모방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산업전체에 이익이 될것』이라며 『외국 선진업체와의 제휴가 국내 산업에 유리한 조건으로 맺어질 경우 산업전체에 미치는 타격은 크지 않을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주장은 그동안 기존 자동차 업계의 반발에 부딪치고 있는 삼성의 신규진출 시도에 대해 외국학자 입장에서 호의적인 시각을 제시한것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이날 오티교수의 발표가 있은 뒤 국내 전문가들은 찬반 양론으로 의견이 팽팽히 맞서 열띤 토론공방을 벌였다.
이종대기아경제연구소장은 『기존 우량기업이 자본력을 무기로 앞세운 열등기업에 의해 도태될 가능성이 높아 재벌의 새로운 폐해를 낳게 될것』이라고 경고했다.
림동승삼성경제연구소장은 『소수 업체가 시장안배식으로 국내에 안주하는 자세를 탈피, 해외시장 개척능력을 갖춘 업체가 수출주도형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광두서강대교수는 『숙련기술 노동력이 필요한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신규업체 진입으로 상당기간 임금상승등 부작용이 생겨 국내업계의 국제경쟁력을 전체적으로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세종대교수는 『기존업체의 기술수준으로는 대외경쟁력이 취약하며 기존업계의 과점구조에 과감히 경쟁을 도입할 경우 기술개발 노력이 오히려 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영석한남대교수는 『향후 3∼4년이 일본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지금은 국내업체끼리 협력해 기술기반을 성숙시킬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유승민한국개발연구원(KDI)연구위원은 『수입선 다변화제도의 폐지를 앞두고 지금이 신규진입에 적절한 시기로 평가되며 민간기업의 투자진출 시도에 정부가 굳이 개입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오티교수는 개도국산업발전 분야를 전공한 경제학자로 우리나라의 철강·유화산업 투자확장문제가 제기됐을 때 자문역을 맡았으며 80년대 중화학투자조정 시책에 대해 상당한 의의를 인정하는 입장인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미나는 상공자원부와 자동차공업협회가 산업연구원에 의뢰한 「자동차산업의 중장기발전」에 관한 연구용역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개최됐다.
상공부는 이번 세미나외에 내년 2월중 KDI에서 국제세미나를 다시 한번 연 뒤 4월쯤 KIET 용역결과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삼성의 신규진출 여부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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