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몰아닥친 추위속에서 서울 은평경찰서 역촌1파출소 직원들은 요즘 집없는 서러움을 톡톡히 맛보고 있다. 이들이 곁방살이하고 있는 서부경찰서가 이달초 서장이 잘 주무시도록 하기 위해 파출소의 사무실 일부와 숙직실, 무기고를 헐고 즉심보호실을 만들겠다고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서부서는 즉심보호실이 2층 서장침실 바로 밑이어서 밤이면 대기자들의 소란으로 서장의 숙면이 방해된다며 전임서장시절인 지난달말 보호실을 옮기고 그 자리에 강력계를 신설키로 했었다. 그러다가 25년 된 낡고 비좁은 건물에서 적당한 공간을 내기 힘들자 정문옆 건물을 빌려 쓰는 역촌1파출소를 즉심보호실로 사용키로 하고 40평중 30여평을 지난 8일까지 비워달라고 통보했다.
파출소 이전을 위한 부지·예산마련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을텐데도 서부서가 이런 요구를 해오자 파출소측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으나 옮겨갈 곳이 없어 방빼줄 날짜를 보름이상 넘긴채 눈치만 보고 있다. 그동안 공짜로 살 수 있게 해준 일도 고마운데 집주인이 나가달라는 데야 더부살이하는 처지에서 할 말이 있을 수 없다. 이제는 전처럼 어디 가서 손을 벌릴 수도 없다.
지번이 은평구 녹번동인 역촌1파출소는 원래 서부경찰서 직할파출소였으나 선거구와 치안지역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정치권의 로비에 의해 지난해 10월17일 신설경찰서인 은평서로 소속만 바뀌었다. 같은 경찰서에 있었지만 소속이 달라지니 인심도 달라진 셈이다.
직원들은 『줄어드는 공간을 비좁게나마 사무실로 쓰고 숙직실은 서부서 방범순찰대에 마련한다지만 비품보관하기에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겨우살이를 걱정하고 있다. 우리 경찰의 가난한 살림살이와 시설난이 빚어낸 웃지 못할 풍경이다.【이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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