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강공」불구 막판「타결」기대/추곡·안기부법,예산안과 연계 진통/“파행은 안된다” 공감… 내부입장 조정 국회가 예산안처리시한을 1주일 앞두고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문민시대의 첫 정기국회가 원만히 회기를 마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나 아직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안기부법개정문제와 추곡수매안을 둘러싼 여야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한치앞을 내다 볼 수 없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현재 3개의 이슈에 부딪쳐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목전에 두고있는 가장 큰 과제는 12월2일까지 처리하게 되어있는 예산안처리문제이다. 이를 위한 예결위가 매일 밤늦게까지 열리고 있으나 진전은 없다. 사실상 공전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당은 법정처리시한까지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해 안달이지만 과연 그렇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민자당은 야당이 의사진행을 고의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국무위원들의 불성실한 답변때문이라고 역공을 편다. 예산안 자체만 해도 논란거리가 적지 않지만 다른 문제들까지 겹쳐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예산안과 맞물려 국회를 교착상태에 빠뜨리고 있는 것은 안기부법개정문제이다. 여당이 예산안처리에 관심을 쏟고 있다면 야당은 안기부법개정에 당력을 기울이고 있다. 야당이 집중공세를 펴는 부분은 과거 정치권에 대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왔던 안기부의 활동범위를 제한하는 일이다. 구체적으로는 예산의 실질적인 심의와 수사권의 폐지등으로 표현된다.
민주당은 최근 여당과의 공식·비공식 접촉을 통해 안기부법개정이 이번 국회의 최대목표임을 되풀이해 강조했다. 특히 수사권폐지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강경한 목소리가 민주당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국회를 긴장국면에 끌어넣고 있는 또 하나의 요소는 추곡수매안이다. 정부가 발표한 수매량 9백만섬·수매가인상 3%에 대해서 야당은 물론 여당내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이다. 당초 농민단체요구와 비슷한 수준인 1천2백만섬·16%인상을 주장했던 민주당으로서는 상향조정되지 않는한 현재의 수매안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3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국회의 실타래를 풀기위해 23일 민자·민주 양당3역이 회담을 가졌으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서로의 확연한 입장차이와 접촉의 필요성만 확인했을 뿐이다.
그러나 여야는 이번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갈수 없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자당의 입장에서는 문민시대 첫 정기국회를 모양좋게 끝내야할 절대적인 필요를 느끼고 있다. 예산안을 법정시한내에 처리해야 할뿐더러 김영삼대통령이 역점을 두고있는 통합선거법도 회기내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는 부담을 안고있다. 물론 과거의 단독강행처리, 즉 「날치기」는 생각할 수도 없는 처지이다.
사정은 민주당도 마찬가지. 예산안연계와 함께 권위주의 정권때 사용하던 실력저지불사를 외치고 있으나 실제로는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여당주장대로 정통성있는 문민정권하에서 다수결의 원칙을 무시한채 몸싸움을 하다간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한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안기부법개정의 경우도 이번에 어떤 형태로든 바꿔놓지 못할 경우 현제도를 그대로 인정하게 되는 실리측면의 손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여야는 여러가지 쟁점과 복잡한 이해에도 불구하고 협상에 대한 절박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특히 오래동안 야당생활을 해온 김대통령과 민자당내 민주계가 야당에 대해 폭넓은 이해를 갖고있다는 점은 협상의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선수들끼리 왜 이러느냐』는 얘기가 나올만하다. 협상가능성에 대해 황명수사무총장은『허심탄회하게 얘기하다보면 결과적으로 국회는 잘 될것』이라고 예상했다.
민자당은 실제로 상당한 정도의 협상안을 내부적으로 마련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안기부법의 경우 예산의 실질적인 심사외에 정보·보안업무조정권의 대폭축소, 수사권의 축소등이 민자당의 협상안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추곡수매안의 경우도 이미 정부측과 상향조정의 범위에 대해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모두 현단계에서 전술상 강공을 펴고 있으나 예산안처리시한과 국회회기가 다가올수록 여론의 압박에 직면해 협상을 가속화할것으로 전망된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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