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팅/회담불참 마하티르에 “고집쟁이” 비난/마하티르/“어린애라면 한대 때려 줄텐데” 흥분/양국 외교·교역관계 격하 등 우려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의 「후유증」으로 말레이시아와 호주가 외교 및 교역관계의 격하등 험악한 사태로 치닫고 있다.
이번 사태는 정상회담직후 키팅호주총리가 이 회담에 불참한 마하티르말레이시아총리를 『고집쟁이(RECALCITRANT)』라고 지칭하는등 인신공격적 발언을 함으로써 야기됐다. 키팅의 이같은 비난은 결코 우발적인것이 아니라 양국간의 구조적인 이해충돌과 이로인한 지도자간의 감정의 악화가 끝내 폭발한것으로 APEC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정치적 사건이다.
키팅총리는 APEC확대발전구상을 처음으로 발제, 회원국지지를 얻기 위해 발벗고 뛴 지도자인데 반해 마하티르는 이에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핵심인물이다. 따라서 이들의 충돌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키팅은 지난22일 호주신문과의 기자회견을 통해 마하티르를 『고집쟁이』로까지 표현하면서 『마하티르문제에 대해 더 이상 질문하지 말라. 그의 회담불참에 대해 듣는것조차 진절머리가 난다. 솔직히 그가 참석하든지 안하든지 별 관심이 없다. 그러나 APEC은 호주, 미국, 말레이시아, 마하티르총리, 그외의 반항자 누구보다도 크다』며 사실상 마하티르에 대해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호주 언론들도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 싸움을 부추겼다.
이에 마하티르도 즉각 포문을 열어 응수했다. 그는 키팅총리의 발언에 유감을 표시하고 『나의 회담불참문제는 초청한 미국과의 문제이지 호주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면서 『호주가 미국보다도 더 화를 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가 아시아의 한 부분이라는 그들의 주장은 그들이 아시아특유의 가치를 모르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면서 『그들이 어린이들이라면 한대 때려줄 수도 있을텐데…』라고 반박했다.
급기야 집권당의원그룹인 「움노청년운동」, 말레이시아중국인협회등 정치·사회단체들은 일제히 키팅발언을 비난하면서 1주일내에 사과하지 않으면 호주와의 외교 및 교역관계의 격하등 모든 조치를 강구할것을 정부측에 요구했다. 움노청년운동은 내달 호주방문일정을 취소하고 호주제품을 사주지 말며 호주와의 관계를 중단할것을 촉구했다.
이에 당황한 호주외무장관은 즉각 해명에 나서는등 진화에 나서고 있으나 말레이시아정부는 과거의 예나 현 분위기로 미루어 보아 키팅이 직접 사과하지 않는한 관계격하등 중대조치를 취할것이 거의 확실하다.
지난90년말 호주언론과 국회의원들이 말레이시아가 산림환경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하자 말레이시아정부는 즉각 양국간 일부교역중단과 정부관리의 호주방문금지등 관계격하조치를 취했다가 91년10월 당시 호크호주총리와 마하티르간의 정상회담끝에 해제한바 있다. 이들간의 관계악화는 구조적인 이해충돌의 결과인만큼 APEC의 향후 진로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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