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 방미 무엇을 남겼나/북핵문제 “우리주장대로” 확인/통상은 「일방통행식」 탈피 과제 김영삼대통령의 취임후 첫 외국방문이었던 이번 방미결과는 객관적으로도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과 연쇄개별정상회담에 이어 한미정상회담으로 짜여진 8박9일의 강행군이었지만 일정마다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가 슬로건이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국제화를 향해가는 터전을 마련한 전기가 됐다는 면도 있다.
APEC지도자 경제회의라는 다자간 정상회담등을 통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확립한것은 차치하고라도 우선 전통적 한미관계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박관용청와대비서실장은 한미관계에 있어 장애요소는 이제 거의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양국간 안보협력문제에서 특히 이점이 두드러진다.
양국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방안에 대부분 인식의 일치를 본것이 김대통령 방미성과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정상회담전 이 문제를 두고 언론을 통해 양국정부간에 다소 이견이 있거나 혼선을 빚고 있는것처럼 비쳐졌기 때문에 성과는 더욱 커보인다.
당초 김대통령을 수행한 우리정부 관계자들은 한미 양정상이 회담에서 북한에 대해 미·북한 3단계 고위급회담개시의 전제조건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통상사찰수용과 남북대화를 통한 특사교환합의를 촉구할 것으로 전망했다.남북상호사찰 얘기는 빠져있었다.
그러나 정상회담에서는 남북한이 특사교환에 합의한뒤 남북상호사찰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시켜야한다는 점까지 합의했다.
우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북한 핵문제의 해결은 원래 남북한간에 합의된 사항의 이행에서 출발해야 하며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이같은 우리 입장을 미국이 이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상호사찰까지 전제조건으로 못박아진것은 회담전 양국간 실무접촉에서 얘기된것이 아니고 김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직접 강조,클린턴 미대통령도 이를 수용한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측이 내놓은「일괄타결」은 물론이고 미행정부 일각에서 검토된것으로 알려진「포괄적 해결방안」이라는 용어자체도「최종적 해결을 위한 철저하고도 광범위한 논의」로 개념이 바뀐것 역시 김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결과이다.
한미간에 종래의 입장이 변화했거나 이견이 존재하는것처럼 보인다는 점을 지적한것이다.
김대통령은 정상회담후 기자회견에서 팀스피리트훈련 중지는 북한 핵문제와 전혀 관계가 없으며 설령 중지한다해도 한미간에 긴밀한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한국의 입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북한 핵문제 해결에 있어 우리가 배제되는 일은 있을 수 없으며 오히려 우리가 주도해야한다는 점이 김대통령의 이번 방미 및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확인됐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한미안보협력관계가 과거처럼 종속적이거나 일방적인게 아니고 대등한 입장으로 변화했음을 의미하는것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결과는 우리정부가 과거와 같이 약점을 지닌 군사정부가 아니고 정통성있는 문민정부이기에 가능해진것이라 해석된다.
한미관계가 김대통령과 클린턴대통령의 개인적 우의를 바탕으로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고 볼 때 통상관계에서도 일방적으로「강요」당하는 상황으로 밀려가는 일은 없을것이라고 정부관계자들은 조심스럽게 전망했다.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통상문제는 확대회담때 약간의 논의가 있었을 뿐 단독회담때는 거론되지 않았다. 물론 양정상이 미묘한 문제를 비켜갔다고 할수도 있다. 쌀시장 개방문제도 논의가 없었다.
정종욱청와대외교안보수석은『김영삼대통령정부의 개방 및 국제화정책을 미국정부가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미국도 인정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말이다.
클린턴대통령은 한미양국의 무역수지가 다른 아시아국가들과 달리 균형을 이루고 있음에 만족한다고 했다. 앞으로 양국간 통상및 경제협력논의는 지난7월 클린턴대통령의 방한때 발족된「한미경제협력대화기구」를 통해 이뤄지게 돼 있다.이번 방미성과를 양국의 모든 분야에 걸친 포괄적 동반자관계 확인으로 정리할 수 있다면 과거처럼 미국이 한국에 대해 안보를 대가로 통상면에서 일방적주장을 펴는 일은 없을것이라고 기대해 봄직 하다.【워싱턴=최규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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