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위해선 평양측 결단 불가피/전제수용 유도 「주도적제안」유력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공을 받느냐 마느냐는 북한의 결정에 달려있다. 북한이 약속된 게임의 룰을 지킨다면 이쪽으로선 적극적이고 우호적인 게임을 포괄적으로 진행시켜나갈 준비가 갖춰져있다. 그러나 만일 북한이 그 공에 대해 무관심해하며 시간만 끌거나 룰을 지키지 않으려한다면 이제는 더이상 기다리지 않을것이고 따라서 심판의 판정에 넘겨버릴 수밖에 없다」. 김영삼대통령과 클린턴미대통령이 워싱턴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한핵문제에 대한 한미간의「합의와 다짐」을 간추린 표현이다.
양국정상은 회담후 공동기자 회견에서『한미양국은 북한핵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기위한 철저하고 광범위한 해결책을 모색키로 했다』고 밝혔다. 클린턴대통령은『우리(한미)가 어떻게 할것인가를 북한이 행동하기 전에 결정할 수 는 없다』면서 이제는 북한이 의사결정을 해야할 차례임을 분명히 했다.
클린턴대통령은 이어『북한이 스스로 약속한 두가지 전제를 지켜야한다』고 말해 남북대화진전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상재개라는 국제적 룰을 지켜야함을 전제하면서『북한이 이를 준수한다면 우리(한미)의 태도는 달라질 것이며 대북정책을 포괄적으로 재고할 준비가 돼있다』고 약속했다.
김대통령과 클린턴대통령은 그러나 북한이 계속 이를 묵살한다면『마냥 기다릴수만은 없으며 따라서 이같은 노력이 실패할 경우 유엔안보리에서 다른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을것』이라는 공통된 입장을 선언했다.
또 이같은 한미정상의 합의는『더이상 정리할 부분이 없을 만큼 확고한것』이어서 『북한의 행동이 있기전에는 우리(한미)의 입장을 완화하거나 변화시키는 것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미정상간의 워싱턴회담은 현재까지 북한핵문제해결의 최대 걸림돌로 돼있는 남북대화진전과 북―IAEA협상재개를 중심으로 그 전제와 결과를 「철저하고 광범위하게」 제시하면서 이번의 제시가 「최종적」임을 명백히 못박고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볼때 이번의 워싱턴회담은 북한핵문제에 대한 우리의 원칙들이 다시 한번 확인됐으며 앞으로 3단계고위급회담등 미북간의 여하한 협상도 한미간의 긴밀한 협의 아래, 우리의 견해가 똑같이 중시되는 범위내에서 이뤄질것이라는 미국의 우리에 대한 약속을 명문화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볼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북한핵문제에 대한 주도권은 상당부분 우리쪽에 할당됐으며 결국 북한이 두가지 전제조건을 수락하며 행동을 취하도록 이끌수 있는 동인을 한미양국간의 긴밀한 협의아래 주도적으로 마련해 나갈수있게 된것이다.
또 그동안 미북간의 비밀협상통로 역할을 해오던 「뉴욕접촉」마저 한미간의 사전협의아래 이뤄질것으로 알려지고있는 것도 이같은 상황을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정상은 북한이 두가지 전제조건을 받아들일수있는 모종의 이니셔티브(주도적 제안)에 대해 심각한 의견교환이 있었던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도 『이번 회담이 한미양국간의 원칙문제에는 완전한 합의를 보았다』면서『양국정상이 발표한「철저하고 광범위한 해결책」의 방식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으나 우리측 입장이 많이 반영됐다』고 말해 이를 시사했다. 또다른 한 당국자는 24일 『이달내에 이른바 뉴욕접촉이 있게 될것』이라고 밝히고『이번 접촉에서는 한미정상회담의 내용이 북한측에 전달될 예정인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결국 앞으로의 북한핵문제는 ▲한미간에 합의된 모종의 주도적 제안 ▲북한의 두가지 전제조건에 대한 수락 입장표명 ▲미북3단계고위급회담에서의 일괄타결 ▲북한의 IAEA 전면적 핵사찰수용과 미국의 대북적대관계 해소등으로 이어지는 철저하고 광범위한 수순에 따라 진행될 전망이다.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정상은 이러한 수순을 좇는 양국의 입장을 포괄적이고도 최종적으로 선언해놓은 상황이다. 따라서 앞으로 이러한 일련의 순서가 좌초하게 될 경우 이는 북한측의 명백한 「거부태도」를 전제하게 될것이란 분석이며 그것이 어느 단계에서 유발되더라도 그 시점이 북한의 핵안전에 대한 연속성이 깨어지는 순간이 된다는 것이다. 또 그 시점은 북한핵문제가 한미, 혹은 IAEA의 제어상태 밖으로 튀어나가는 때이며 따라서 유엔안보리에 의한 국제적 제재가 예비되는 시점이기도 하다는 것이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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