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의혹 풀려야 대북경협수교 논의/북 수용선언 대비 3단계협상 점검 23일 낮(한국시간 24일새벽)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은 국제적 관심사인 북한 핵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양국의 공동입장을 최종정리한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을 수 있다.
김영삼대통령과 클린턴미대통령은 북한측의 「일괄타결방안」과 미국내에서 거론돼온 「포괄적 해결방안」의 차이로 혼선을 빚고 있던 이 문제를 보다 분명히 정리했다.
양국 정상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통상사찰은 물론 남북상호사찰에 의한 한반도 비핵화선언이행 보장을 수용하고 남북 특사교환을 받아들일것을 문제해결의 전제조건으로 못박았다. 그래야만 3단계 미―북한 고위급회담이 열릴 수 있고 거기서 경협 수교문제등이 논의될 수 있다는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과의 비공식 접촉에서 팀스피리트 훈련중지, 경수로 지원, 북―미수교등과 핵사찰문제를 한꺼번에 타결하자는 「일괄타결방안」을 제시해왔다.
이에대해 미국정부 일각에서는 팀스피리트 훈련중지를 먼저 표명해 북한의 IAEA통상 사찰 수용을 끌어낸 뒤 3단계 회담을 열어 남은 문제를 논의하는 「포괄적 해결방안」을 검토한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정부내에서도 일부 고위당국자가 「포괄적 해결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두가지 방안은 분명히 다르면서도 엇비슷하게 비쳐지는 면도 있어 혼선을 빚어왔다.
그러나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일괄타결방안」은 고려대상이 아니며 미일각의 「포괄적 해결방안」도 북한측이 전제조건을 받아들인 뒤에나 『고려될 수 있는 방안의 하나』임을 확인했다. 북한이 핵개발 의혹 해소를 위한 가시적 조치를 취한 뒤에야 경협이나 미―북수교논의가 나올수 있다는것이다.
두 정상은 같은 맥락에서 팀스피리트 중단문제 역시 북한 핵문제 해결에 진전이 있을때에만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두 정상이 그동안 미언론등을 통해 확정된것처럼 알려졌던 「포괄적 해결방안」에서 일견 훨씬 뒤로 물러서 북에 대해 전제조건 수용을 강력히 촉구한데는 이유가 있는것 같다. 북한측은 「일괄타결방안」을 내놓은 뒤 미행정부 일각으로부터 「포괄적 해결방안」을 끌어내 팀스피리트 중지와 3단계회담개시를 거의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시간을 또 벌었고 다음단계회담을 통해 「핵카드」하나로 얻어낼것은 다 얻어내려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반해 한미양국정부는 카드를 사실상 다 써버린 형국이었다.
따라서 정상회담은 당초대로 선핵개발의혹해소 즉 전제조건 충족을 다시 확인하기에 이르렀고 여기에는 우리측 입장이 거의 반영됐다고 보아야 한다.
김대통령은 이미 한미정상회담전 미―북한간의 일괄이니 포괄이니 하는 말이 나올 때부터 이를 일축하며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최종입장이 정리될것』이라고 밝혀왔다. 북한측이 우리를 배제한채 대미협상을 통해 얻어낼것은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한것이다.
회담에서는 그러나 이처럼 표면적으로 나타난대로 북한에 대한 「한미양국 및 국제사회의 단호한 의지전달」방안과 함께 북한측이 전제조건을 받아들일 경우의 후속방안도 논의된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이 전제조건 수용을 선언할 경우 결국 미국내에서 나온 「포괄적 해결방안」이 협상전략으로 검토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양국정상이 이날 전제조건을 다시 확인한것은 북한측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어차피 벼랑끝까지 몰고 가야 역설적으로 평화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일것이다. 북한의 전제조건 수용을 기다리는 시한을 인위적으로 단정하기는 힘들다. 기본적으로는 IAEA가 『북한핵의 안전조치 지속성이 중단됐다』고 판단하는 시점이 되겠지만 한미양국의 전략에도 크게 좌우될것이다.
이날 회담에서는 또 미―중관계개선을 위한 우리의 적극적 역할담당 입장, 균형있는 무역관계 확대발전등 통상 및 경제협력문제, 내년2월에 첫회의를 갖게될 민간차원의 「한미21세기위원회」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문제등이 심도있게 논의됐다.
이번 회담은 결론적으로 양국이 포괄적 동반자관계임을 거듭 확인한 자리였다.【워싱턴=최규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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