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S각국 당분간 경제악화 예상 아르메니아와 카자흐, 우즈베크가 최근 잇달아 독자화폐를 발행키로 함으로써 러시아를 포함한 구소련 6개공화국이 추진해온 「루블권」동맹이 일단 무산됐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대통령은 15일부터 구소화폐인 루블화의 사용을 중단하고 자국신화폐인 「텐게」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카자흐정부는 루블화를 텐게와 5백대1의 비율로 교환토록 했으며 오는 25일부터는 모든 은행이 텐게화만을 취급토록 조치했다.
우즈베크도 15일부터 자국화폐인 「숨」을 도입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21일에는 아르메니아가 자국화폐인 드람화 도입을 선언했다.
이들국가가 이처럼 루블권 잔류를 포기하고 자국화폐를 도입키로 한것은 러시아측이 루블화 사용에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루블권을 창설하는 대신 이 동맹에 가입하는 회원국은 자국의 통화정책을 비롯, 예산·세제등을 러시아측에 위임해야 하고 러시아중앙은행에 금과 경화의 적립·보조금의 공급 중단등의 조건을 수락해야 한다고 요구한바 있다.
러시아가 내건 조건들은 사실상 경제주권을 포기하라는 뜻이기 때문에 카자흐와 우즈베크등이 크게 반발, 루블권을 떠나기로 한것이다.
러시아와 카자흐는 지난 8월과 9월 각각 총리와 중앙은행장 회담을 열고 루블권창설에 합의한 바 있다.
당초 보리스 옐친러시아대통령과 나자르바예프카자흐공대통령이 주도한 루블권창설계획에는 우즈베크, 타지크, 아르메니아, 벨로루시등도 참여키로 했었다.
러시아는 독립국가연합(CIS) 각국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루블권 창설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러시아보다 타국가의 경제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타국가의 구소련화폐와 러시아 신화폐를 1대1의 비율로 동등하게 취급할 경우 러시아경제가 타국가 수준으로 급락하는데다 초인플레가 유발되는 등 이로울것이 없다는 여론이 대두됐다.
이에따라 예고르 가이다르제1부총리등은 루블권 창설에 강력히 반대했고 빅토르 체르노미르딘총리와 알렉산데르 쇼힌부총리도 결국 카자흐등에 경제주권을 위임하는 조건등을 내세워 이를 수락할 경우에만 루블권을 창설한다는 선으로 물러섰다.
루블권창설이 무산됨에 따라 러시아는 CIS각국에 지원하려던 1백50억달러의 자금을 「절약」하게된 반면 카자흐등은 당분간 엄청난 경제적 혼란을 겪을것 같다.
우선 싼 이자의 신용대부가 중단되고 에너지가격이 「세계수준」에 따라 책정될 수 있기 때문에 CIS각국의 경제사정이 더욱 악화될것으로 보인다. 또 러시아와 타공화국에 분산되어 있는 공장간에 어떤 방식으로 상호부품을 교환할지도 불분명해 무역체계에 혼란이 일어날것으로 예상된다. 관세와 통화교환비율등도 앞으로 협상을 통해 조정해야 하나 쉽게 결정되기는 어려울것으로 관측된다.
카자흐, 우즈베크등이 독자통화를 실시하더라도 이들 국가의 경제가 러시아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러시아와 협력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쇼힌부총리는 『루블권창설이 무산됐다하더라도 CIS각국의 경제는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각국의 통화체계와 러시아 루블화간의 새로운 관계가 조만간 마련돼야 할것』이라고 강조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