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종목을 불과 3시간만에 검사/개인차무시 불필요한 항목도 많아 종합건강검진은 정확한 진단이 어렵고 불필요한 항목이 많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종합건강검진이 큰 인기를 끌고있으나 검사종목만 많을뿐 질병의 예방과 조기발견측면에서 효과가 떨어진다는 주장이 의료계에서 제기되고있다.최근 서울 강남구 한모씨(43·여)가 종합병원인 ○병원에서 종합건강검진결과 정상이라는 판정을 받은후 폐암으로 사망한 사건이 법정소송으로 비화하자 이같은 지적은 더욱 거세게 일고있다.
현재 종합건강검진을 실시하고있는 병·의원은 종합병원을 비롯, 클리닉까지 포함해 70여곳. 소변, 혈액, 간염, 혈압, 심전도, 혈당, X선촬영, 자궁세포진검사등 80여종목을 약3시간에 걸쳐실시해 각종 질병의 유무를 판단한다.
그러나 이같은 많은 종목의 검사에도 불구하고 종합건강진단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것은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점. 종합건강진단의 오진율은 일반 진단의 3∼7%의 2∼3배에 달할것으로 전문의들은 보고있다.
서울대의대 유태우교수(가정의학과)는 『정확한 통계치는 밝혀져 있지 않으나 임상경험상 종합건강검진의 오진율이 상당히 높은것으로 알고있다』며 『따라서 종합건강검진결과가 정상이라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되며 비정상이라고 나와도 후에 정상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오진율이 이같이 높은것은 짧은 시간에 많은 항목을 한꺼번에 검사함으로써 정확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사의 사전진찰이나 문진은 도외시한채 기계의 검사결과에만 의존하고있다는 점도 오진율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있다.
또 각 병원의 건강검진센터가 경험이 많은 의료진은 배제된채 수련의나 젊은 의사가 경험을 쌓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는것도 높은 오진율의 요인이 되고 있다.
유교수는 『종합건강진단은 의료기기가 첨단기기라 할지라도 기계에서 조사된 자료를 깊이있게 읽어 개인의 특성 및 생활패턴과 비교·검토, 질병의 발병가능성을 예측하는데 중점을 둬야하지만 검사수치에만 매달리고 있는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종합건강검진의 높은 오진율은 병원마다 검사수치가 다르다는 사실도 한 배경이 되고있다. 고려대의대 김영기교수(임상병리학)는 「외부정도관리 실시기관들의 참고범위실태」라는 연구결과를 통해 『병원마다 검사수치가 다를뿐아니라 질병의 유무를 판단할수 있는 정상치도 많게는 10%이상 차이가 난다』며 수치에만 의존하는 질병판단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진율이외에 종합건강검진의 문제는 개인의 특수성을 무시한채 정해진 항목을 수검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병원에서 실시하고있는 검사항목은 60년대 일본에서 시행되던것을 그대로 도입했기 때문에 우리실정에 전혀 맞지 않는다.
한양대의대 이정권교수(가정의학과)는 『모든 사람에게 80여종목에 달하는 검사를 모두 실시한다는것은 불필요한 경제적 낭비를 초래하는 행위』라며 『개인 특성에 따라 대상질환을 선정하고 이에 따른 선별검사를 집중적으로 실시하는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각 개인의 성별 연령과 현재의 건강상태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건강진단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로서 비만인 사람은 심장이나 혈관등의 이상에 대해 집중적으로 검사해보는것이다.
전문의들은 『종합건강검진은 의료보험적용에서 제외될뿐아니라 20만∼40만원으로 비싼 편이어서 장삿속으로 이용되고 있는 경향도 없지 않다』며 『종합건강진단은 개인의 특성등을 고려, 의사와의 상담을 강화하고 종목을 간소화하며 금연교육과 함께 각종 사고에 대비토록 하는 주의사항 및 예방접종권유사항을 포함시켜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선연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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