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시작… 판결에 관심/외국선 「야한 말」도 제재 「한국판 클레어런스 토머스 성희롱사건」으로 불리는 서울대조교 성추행사건 첫공판이 23일 서울민사지법 합의18부(재판장 박장우부장판사)심리로 열렸다. 이 사건은 성희롱이 법정까지 비화된 국내 첫 사례다.
「클레어런스 토머스성희롱사건」은 지난해 흑인인 클레어런스 토머스판사가 미국대법관으로 임명된후 실시된 상원인준과정에서 터져나온 성희롱혐의의 진실여부에 관한 논쟁.
사건의 발단은 서울대 조교였던 우양(25)이 지난 10월 『지도교수가 지난해 8월부터 지난 5월까지 실험실내에서 뒤에서 껴안거나 어깨를 어루만지는등 상습적인 성희롱을 했다』며 지도교수 S씨(52)와 총장, 국가등을 상대로 5천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데서 비롯됐다.
이날 공판은 우양의 변호인측이 사건과 관련된 준비서면만을 제출하는것으로 수분만에 끝나 S교수와 우양측의 뜨거운 법정논쟁은 무산됐다.
그러나 S교수 역시 우양의 주장에 대해 『업무소홀로 해임된것에 앙심을 품은 고의적인 음해』라며 지난 9월 서울지검에 명예훼손과 협박등 혐의로 고소하는등 법정다툼으로 응수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성희롱 사건은 일본이나 미국등 「성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선진국에서는 「성폭력사건」과 더불어 이미 사회문제화돼 형사처벌을 위한 특별법제정등이 논의되고 있다.
「상대방 의사에 반한 성적인 언어나 행위로 상대방에게 불쾌하고 굴욕적인 느낌을 갖게하는 행위」를 성희롱(SEXUAL HARASSMENT)으로 광범위하게 규정하는 선진국은 「옷차림이 너무 야하다」 「너무 뚱뚱하다」등의 발언도 성적희롱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때문에 성희롱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기업체에서는 이 문제가 법정으로 비화되기 전에 무마하기 위해 기업비자금도 마련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아직 성희롱에 관한 처벌규정과 한계등에 대한 판례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막연했던 성희롱에 관한 한계와 배상기준등이 설정될것으로 보인다.
한편 여성계에서는 이 사건이 개인적이고 사소한 문제가 아닌 심각한 사회문제라며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서 이사건의 파장은 클 전망이다.
이 사건 담당재판부 주심 허용석판사는 『이번 사건은 원고측과 피고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된만큼 실제로 성희롱이 있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춰 신중하게 심리를 진행할것』이라며 『외국의 사례들을 충분히 참고해 우리의 전통규범에 맞는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겠다』고 밝혔다.【박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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