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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태도변화 있을땐 양보 가능”/북핵문제 워싱턴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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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태도변화 있을땐 양보 가능”/북핵문제 워싱턴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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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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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설정·경제 제재 등 다각 검토/“대북온건 전략 소득 없다” 강경론도 김영삼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이틀째인 22일 미국무부의 정례브리핑장에는 오랜만에 북한핵문제에 대한 언급이 적었다. 기자들의 대부분이 시애틀의 아시아 태평양경제협력체(APEC)지도자회의에 다녀온 터라서 그쪽에서 북한핵을 여러번 논의했기 때문이다. 바로 하루전인 21일에도 크리스토퍼국무장관이 TV회견을 갖고 북한핵문제에 대해 미국의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이날 브리핑장은 어디를 가든 북한핵문제가 폭풍처럼 초점으로 되던 근래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폭풍전야의 고요같은 느낌어었다.

 기자는 『시애틀회의이후 미국의 북한핵정책이 수정된것이 없는가. 클린턴은 새로운 대북한제안을 마련해 시애틀에서 우방국원수들과 회담하겠다고 말하지않았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매커리대변인은 담담하게 『수정된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수용 및 남북한대화진전 조건을 이행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말하고 다만 전술상의 문제라면 물론 토의의 대상이 될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정부는 두가지 선택을 갖고 한미정상회담에 참석했다. 첫째 더이상 기다릴수는 없으며 이제는 행동을 할때라는 것이고, 둘째는 다시 기다려야 한다면 정확한 시한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적어도 이 두가지 기대중 하나는 충족시켜 줄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동안 북한핵문제에 대한 미국정책의 진행과정을 보면 미국의 북한 핵정책변화에 미치는 변수는 북한이기보다는 한국인 경우가 더 많았다. 북한의 태도변화로 미국의 핵정책진행과정이 바뀌기보다는 한국정부의 입장이 더 큰 변수로 작용했던것이다.

 한국정부의 「양궤도정책」(TWO TRACK POLICY)이 나와 미국이 북한과 1단계  2차고위회담을 하게 된것이며 2단계 회담에서 미·북한이 합의한 조건을 2개월내에 이행한후 3단계회담을 열자고 합의한 약속을 북한이 파기한 뒤에도 미국이 유엔제재같은 강경조처로 가지 않고 1개월 2개월 기다린것도 사실 한국정부가 『좀더 기다려 달라』고 요청한 결과로 보인다. 당초 9월19일까지로 한정됐던 3단계회담개최가 북한측의 약속불이행으로 미루어졌을 때 미국의 강경주의자들은 시급히 북한에 유엔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외쳤던것이다. 그때마다 클린턴대통령이나 크리스토퍼장관은 직접 또는 대변인을 통해 『우리는 할 수 있는 외교노력을 다 해야한다』고 말해왔다. 범위를 좁히면 한국이 그렇게 원하니 기다릴수 있는데까지 기다리겠다는 뜻이었다.

 이런 기다림과 2차례에 걸친 미·북한고위급회담에서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태도는 달라진것이 없다. 한국정부의 이런 입장은 미국 온건주의자들의 입장이기도 한것인데 이들 온건주의자들은 미국이 북한과의 고위급회담을 열어봐야 무엇인가를 얻게 될것이라고 말했고 1단계회담이 별다른 성과없이 끝나자 2단계회담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단계회담에서도 여전히 성과가 없자 이제 북한주장대로 무조건 일괄타결안을 수락하면 핵문제를 단번에 해결할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던 지난 3월의 미국분위기는 강경론이 확연히 우세했다. 북한은 독재정치의 구조상 기본적으로 개방을 할수없는 나라이며 핵무기개발에 독재체제의 생명을 걸고 있기 때문에 이는 강경책으로 맞서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것이었다. 6개월 이상을 협상외교로 끌어오게 한 한국의 변수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아무런 효력을 발생하지 못한채 이들 강경론자들의 입지만 높여주는 결과를 만든 격이 됐다.

 미국은 적어도 현재의 북한태도에 더 이상의 양보는 안하는것으로 결론내고 있다. 두가지 조건을 지켜 핵을 갖지 않겠다는 증거를 보이면 그때 가서는 정치 경제 안보등의 양보도 할수 있겠지만 북한의 진전된 행동이 없는데일방적으로 대가만을 무조건 제시하면서 기다리지는 않겠다는것이다. 지난 6개월간의 「부드러운 외교」가 아무런 성과가 없었으므로 이제 「딱딱한 외교」가 어떤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것인지를 바라보는 시기에 접어들고 있는것이다. 【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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