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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한 조국(장명수 칼럼: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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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한 조국(장명수 칼럼:1609)

입력
1993.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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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12월15일까지 출국해야 하는 외국인 근로자 1만3천여명의 출국시한을 6개월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결사적으로 떠나지 않으려는 외국인 근로자들과 그들이 떠나면 심각한 인력난을 겪게된다고 울상짓는 중소기업 사이에서 정부가 외국인 취업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게된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출국시한 연장에대한 기사를 읽으면서 생각나는것은 지난 10일 영등포 고가도로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중국교포 림호씨(38·흑룡강성)의 애달픈 사연이다. 작년 5월 누나, 동생과 함께 친지방문으로 입국하여 불법취업해온 그는 2백만원이 모이자 가족에게 돌아가려했으나, 불법체류로 인한 벌금 1백80만원을 통고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내조국이 부자나라가 되어 그곳에가면 큰돈을 벌수있다는 기쁜소식을 듣고 달려왔다가 자살로 조국체류를 끝낸 림호씨의 얘기는 많은이들을 가슴아프게 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몇만원, 몇십만원의 성금을 들고 신문사를 찾았다. 그 성금은 『장례비가 1백만원이나 든다니 어쩌면 좋으냐』고 통곡하던 그의 누나와 동생에게 큰 보탬이 되었을것이다.

 지난 2월에도 무정한 조국인심을 원망하며 통곡하는 중국교포가 있었다. 90년말 서울에와서 식당에서 일하며 돈을 모으던 김옥자씨(42)가 돈을 노린 동료에 의해 살해당하자 중국 하얼빈시에서 달려온 그의 남편과 두아들은 『너무합니다. 너무 합니다』라고 울부짖었다. 그때 7백47만원을 저축했던 김옥자씨는 1천만원이 모이면 가족에게 돌아갈 작정이었다.

 정부는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을 2만명으로 늘리고, 최장 2년까지 체류할 수 있도록 하고,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여러나라에 가서 직접 우수인력을 선발하고, 고용주들에게 상해보험가입을 의무화하는등 외국인 취업자 대책을 마련했다. 외국인 취업자들은 우리나라에 오기까지 알선업자들로부터 갈취당하는 일이 많고, 우리나라에와서 취업한 후에는 산재보상이나 의료보험혜택등을 받지못한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상사나 이웃으로부터 협박과 사기를 당하고, 여자들의 경우 성폭행을 당하는 일도 많다.

 정부가 3D업종에 대한 외국인 근로자의 필요성에 현실적으로 대응할 뿐아니라 그들의 작업환경과 인권보호에 관심을 갖게된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이에 덧붙여 건의하고 싶은것은 외국인 근로자를 모집할때 중국과 소련지역의 교포들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주자는것이다. 일제의 압박와 가난에 쫓겨 그곳으로 갔던 우리민족의 2세, 3세들이 우리문화와 말을 간직하고 살아왔다면, 그들은 당당한 한국인이다. 법적인 국민의 지위를 당장 인정하기는 어렵더라도, 그들을 타국의 근로자들과 똑같이 대접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우리가 기피하는 분야에서 일하고자 할뿐, 우리의 취업자들과 경쟁하는 입장도 아니다. 그들이 조국에 와서 큰돈을 벌어갈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다. 그들에게 한만을 심어주었던 조국은 이제 도움을 줘야한다. 그들의 자립을 돕는것은 선진조국의 의무이기도 하다. 돈벌러 왔다가 비극을 겪는 동포들이 다시는 없도록, 외국인 근로자 대책을 세울때 우리동포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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