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개도국 이해조율 중재역 충분/「아태 다자안보」 가능성 확인 큰소득/국제경쟁력 강화는 개방-국제화로/“경제 상호보완 공감대” 각국이질성 넘도록□특별대담/박필수씨 전상공부장관·한국외국어대교수/박근씨 전유엔대사·한양대교수
시애틀 아태경제협력체(APEC)각료및 정상회의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경제적 통합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이는 21세기를 앞두고 아시아·태평양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매우 중요한 성과라고 할수있다. 박필수전상공부장관(한국외국어대교수)과 박근전유엔대사(한양대교수)의 대담을 통해 이번 APEC회담의 성과와 아태시대에서 한국의 위상및 역할등을 전망해 본다.【편집자주】
▲박전대사=지정학적으로 볼 때 이번 APEC정상회의가 갖는 의미는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중국 일본 러시아등 강대국 사이에 끼여 수난을 당해왔고 탈냉전시대를 맞아 정치·경제·군사적으로 매우 어려운 처지를 맞고있습니다. 우리가 과거의 오욕되고 침체된 역사를 다시 경험하지 않으려면 그 돌파구를 아시아·태평양 무대에서 찾아야 합니다. 이번 APEC정상들이 합의한 아태지역의 경제공동체형성은 경제적 측면만 아니라 정치·외교적 측면에서도 매우 의의가 큽니다. APEC이 정치적 공동체로 발전하기에는 아직 요원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핵문제가 논의됐듯이 그것은 이미 정치적 의미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한반도에서 정치적 또는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APEC정상회의에서 협의를 통해 대처할 수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있습니다.
▲박전장관=세계적으로 경제블록화현상이 가속화되고있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APEC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큽니다. 유럽공동체(EC)는 공동시장 단계를 넘어 경제통합과정에 들어섰습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갑자기 이루어진것이 아니고 상당한 역사를 가지고있습니다. 지난 89년부터 시작된 APEC은 지난해까지는 경제적인 동맹 내지는 통합을 목표로 했는데 올해는 정상들이 모여 더많은 자유화와 개방을 이루도록 하자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정상들이 모여서 합의를 이루었다는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김영삼대통령이 내년 자카르타정상회의를 제의, 합의를 이루어 냄으로써 APEC정상회의의 정례화기틀을 마련했다는데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박전대사=보다 적극적인 의미에서는 한국이 외교적·안보적 측면에서 세계로 뻗어나갈 수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있습니다.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소속을 갖게 되고 호적을 갖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세계경제의 블록화와 함께 개방화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그룹 대 그룹차원에서 대처하는데 하나의 발판을 마련한 것입니다. 특히 분단 상태에서 세계무대에서 소속을 갖지 않은것이 안타까웠는데 이문제가 해결됐다고 할수 있겠습니다.
▲박전장관=APEC은 한국과 호주의 주도로 출범했습니다. 초기단계에서 아세안과 일본 미국 중국을 끌어들이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마는 이제 APEC은 면적으로 볼때 세계의 30%, 생산면에서는 60%, 무역면에서는 50%를 차지하는 세계적인 잠재력을 가진 조직체가 되었습니다. 이제까지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없었는데 이번에 정상들이 모여서 실천방안을 제시함으로써 APEC은 실질적인 조직체가 되었다고 할수있습니다.
▲박전대사=이번 APEC을 계기로 한국은 아태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하며 또 할 수있을것으로 봅니다.첫째 한국이 국력면에서 APEC회원국중 4위라는 사실입니다. 미국이 이번에 APEC에 적극적 자세로 나온것이 APEC활성화에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마는 미국 혼자힘만으로는 안됩니다.함께 주도역할을 할 나라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국가규모등 여러가지면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둘째 이념·체제면에서의 정치적 동질성문제인데 APEC은 시장경제체제 개방체제로 나갈것입니다. 한국 미국 일본만이 이를 주도할 자격을 갖추고있습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추구하는 중국은 이질성이 커서 주도국가가 될수 없습니다. 아세안국가들은 APEC자체를 중시하지 않고 소극적입장을 취하고있어 역시 주도적 역할을 할수 없습니다. 아세안과 중국을 동참시키고 APEC을 이끌고 나가는 주도력은 한국 일본 미국이 가져야하는데 개도국과 선진국의 입장을 조화시킬 수있는것은 한국만이 할수있는 역할입니다. 그런면에서 APEC은 우리의 이상적인 국제무대라고 할수 있습니다.
▲박전장관=무역투자위원회(TIC)설치는 APEC이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한 활동을 해나가겠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입니다. 특히 우리가 이 위원회의 초대 의장국이 된것은 APEC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나갈 수있는 좋은 계기라고 평가합니다.
▲박전대사=일부에서는 APEC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역내 최대강국인 미국이 불확실한 APEC보다는 NAFTA에 더많은 비중을 둘것이라는 관측 때문이지요. 그러나 클린턴미대통령이 「경제비전성명」에서 배타성을 띠지 않는한 APEC내 지역별 국가모임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힌것처럼 APEC은 NAFTA를 뛰어넘는 포괄적 테두리로 양립불가능한것이 아닙니다.
▲박전장관=한국으로선 APEC이 약화일로의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것입니다. 세계화시대에 경쟁력 제고방안은 무엇보다도 확실한 국제화와 개방입니다. 과거처럼 경쟁력약화를 이유로 경제적 국경의 문턱을 높이 쌓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국제화란 단순한 관세인하나 교역확대 뿐 아니라 국내생산활동에 대한 외국인규제완화와 기업들의 선진적 마인드, 국민적 외국어능력향상등을 포괄합니다.
▲박전대사=APEC의 장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동일문화와 역사에 기초한 EC에 비해 APEC은 유교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등 문명구성이 너무도 다양한데다 국가간 빈부격차도 심하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중국은 여전히 사회주의노선을 고수하고 있어 이념적 통일성도 적지요.
하지만 국가별로 개방과 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만 있으면 문화적 이질성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것입니다.
▲박전장관=한국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비로소 진정한 국제화에 관심을 표명하게 됐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김영삼정부는 출범이후 외교보다는 국내정치를 우선시해온 경향이 있는데 이번 APEC을 계기로 국제화와 개방화에 전향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는것이 입증된 셈입니다. APEC은 국제화와 개방화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온 한국외교의 큰 전환점으로 현정부가 추진하는 신외교의 방향이 제시됐다고 봅니다.
▲박전대사=이번 정상회담에서 각국대표들은 우루과이라운드(UR)의 조속한 타결에 합의했습니다. 이는 APEC이 개방과 협력에 기초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체제안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밝힌것으로 APEC을 통해 산적한 UR과제가 원활히 해결될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젠 우리도 국제화를 본격 선언한 만큼 UR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합니다. 쌀시장개방도 우리에겐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GATT라는 세계경제의 틀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 ▲박전장관=APEC의 최대변수는 아세안국가들인것 같습니다. 아세안은 자신들의 기득권에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워낙 강해 APEC에 대해서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이들 국가를 APEC내로 용해시키려만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소요될것으로 봅니다. 칠레나 페루등 중남미국가들과 태평양 군소국가들도 APEC 참여를 희망했다고 하는데 당분간 회원국수를 늘리는것은 보류돼야 할 겁니다. 아직은 기존 회원국간의 충분한 의사소통과 기반조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영역확대는 뒤로 미루는 편이 좋을것입니다.【정리=이계성·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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