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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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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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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란 예술의 경지에까지 이르러야 한다는 이상론이있다. 같은 맥락에서 선거는「시」, 통치는「산문」이어야한다는 말도 있다. 과거 자유당정권의 몰락을 가져왔던「못살겠다 갈아보자」, 6공의 「보통사람」, 문민시대를 연 「신한국건설」등의 선거구호를 떠 올리면 선거란 대중적인 「시」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선거와 달라 올바른 청사진·정확한 현실진단과 함께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통치가 절제된 은유와 상징성의 예술인 시의 범주에만 머무를수없음도 자명하다. 구호나 슬로건만으로 선거에서 이길수도 있겠지만 통치는 그 나라 최고수준의 집약에서 나온 각론적 산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요즘 정치란 겉보기로는 온통「선전」이요 PR이다. 최근 언론을 뒤덮은 아태경제협력체지도자회의를 봐도 내용을 떠나 그 형식부터가 우선 파격이었다. 12개국 정상들이 인디언통나무집에 놀이 나온듯 간편복으로 둘러앉아 있는 모습이 기존의 틀에 사로잡힌 우리를 놀라게 하면서 APEC에의 기대와 관심을 고조시켰다. 파격의 역발상으로 오히려 PR효과를 더 높이는 단계까지 국제정치는 와 있는 것이다. ◆또 회의를 사실상 이끈 클린턴을 비롯, 각국 정상들이 어찌보면 느슨해 보일 수밖에 없는 이번 회담결과를 놓고 제각각 「목표달성」 「만족」의 PR에 열중하고 있는것도 요즘 정치의 한 단면이라할만하다. 냉전종식후 오히려 더욱 가열해진 국제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그래서 제각각 이해가 다를 수있는 정상들의 이번 허허실실외교의 성과도 결국은 그 정겨운 모습연출의 PR수준을 넘은 냉철함속에서 찾아야할게 아닌가도 생각되는 것이다. ◆결국 오늘의 정치란 시나 산문이 아니라 오히려 「선전」이요 PR에 가깝다 하겠다. 하지만 그런 「선전」의 와중에서도 각론과 이해마저 두루 챙겨야 하기에 더욱 어려워진 정치…, 모두가 이 점을 명심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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