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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다채로운 무늬와 기발한 겉모습 조화(한국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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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다채로운 무늬와 기발한 겉모습 조화(한국의 미)

입력
1993.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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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땅에 태어나서 참선하다가 열반에 든 수행자의 마지막 결정체인 승사리는 흙으로 돌아가지 않고 문득 돌이 돼 후학의 도량을 지키곤 한다. 절 집으로 향하는 어귀에 말없이 늘어선 부도들이 곧 가신 스님들의 사리를 모신 돌 집이다. 태평한 세월을 맞아 부처의 말씀을 배워서 편안하게 참선한 뒤에 열반에 든 스님이든, 국난을 당해 호국이 바로 중생을 위하는 길이라 무예를 익혀 외적과 싸웠던 스님이든, 어지러운 시대에 곤궁한 중생과 더불어 고통을 나누던 스님이든 함께 모여 나란히 서있는 것이다. 살다간 시대의 구별은 없다.

 모든 수행은 마음을 닦는 것이다. 온몸으로 깨우친 진리는 육신을 벗어나야 미욱한 중생의 차원을 넘어설 수 있다. 부도는 수행자의 마음을 닮아서 단단한 모습을 지녔다. 부도는 넘쳐나는 대접을 싫어한다. 그래서 높고 넓은 터에 두지 않고 대개 절 집의 길목 으슥한 곳에 자리 잡는다. 

 이 부도는 절을 떠나 경복궁에 들어와 있으면서 무수히 오가는 사람을 지켜보는 정토사의 홍법국사 실상탑이다. 넓직한 기단부가 안정감을 주어 다채로운 여러 무늬와 기발한 겉모습이 조화를 이룬다. 둥근 탑신에는 두 가닥 튀어나온 선이 가로 세로 흘러가는데 그 만나는 점에는 꽃잎을 새겼다. 스님과 스님, 스님과 중생의 만남은 꽃같이 아름답다는 의미인듯 싶다. 충북 중원군에 있던 이 부도는 1915년에 현 위치로 옮겨졌다. 험한 시대의 곤욕이었으나 고승의 부도는 어디에 있든지 구도자의 풀어지는 마음을 지켜주고, 중생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마음씀에는 변함이 없다. 국보 102호, 고려시대 1017년제작, 높이 2.55 , 경복궁 소재.【최성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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