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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토의 길」(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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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토의 길」(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31)

입력
1993.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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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영화 원초적 재미 “화면 가득”/「스카페이스」디 팔마감독-알파치노 호흡맞춰/「전설적 갱 종말」거친색조로 묘사/흡인력 강한 카메라웍 관객 “압도” 지난83년 갱영화 「스카페이스(SCARFACE)」에서 함께 일한 히치코크의 후예 브라이언 디 팔마감독과 강렬한 배우 알 파치노가 다시 손잡고 만든 갱영화 「칼리토의 길(CARLITO,S WAY)」이 팬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액션과 스릴과 서스펜스, 우정과 의리와 배신 그리고 로맨스가 골고루 배합된 이영화는 권선징악을 내건 정통갱영화로 통속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디 팔마의 손때가 그대로 묻어있는 오락영화다.

 섬세미와는 거리가 먼 디 팔마의 작품은 시각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매우 거칠고 격하다. 이영화에서 주인공 칼리토가 빗속에서 쓰레기통뚜껑을 우산삼아 받쳐들고 발레연습하는 애인의 자태를 창문을 통해 간절한 눈길로 바라보는 모습이야말로 정감어린 장면도 액션식으로 처리하는 디 팔마영화의 색조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영화는 디 팔마의 또다른 특징인 비상한 카메라웍에 의해 시작된다.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일으키는 흑백 슬로모션신인데 총에 맞아 들것에 실려가는 칼리토의 눈이 된 카메라가 천천히 3백60도 회전하면서 마지막에 황금빛의 바하마해변광고판에 가서 멈추는 이 오프닝신은 엄청난 흡인력을 지녔다.

 75년 뉴욕의 푸에르토리칸들의 밀집지역인 스패니쉬할렘. 30년형을 선고받은 푸에르토리칸 칼리토(알 파치노)가 친구이자 변호사인 데이빗(션 펜)의 도움으로 5년 옥살이 끝에 출옥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는 이미 구세대로 이제는 규칙도 명예도 충성도 없는 범죄세계에서 세를 잡으려는 신세대 무법자들의 끊임없는 도전을 받는다. 

 전설적인 무법자가 갱생하려하나 결국은 그전설에 의해 희생되고만다는 내용의 서부영화를 연상케하는데 이같은 서부영화스타일은 라스트신인 뉴욕 그랜드센트럴역의 총격전에서 압도적으로 재현된다. 10분가량 계속되는 이 라스트신은 달리는 지하철안에서의 추격에 이어 그랜드센트럴역 에스컬레이터에서의 총격전으로 장식되는데 이 에스컬레이터신은 디 팔마의 또다른 갱영화 「언터처블스」(87년)의 시카고 유니언역 계단에서의 총격전의 쌍둥이판이라 하겠다. 비평가들은 디 팔마의 슬로모션으로 묘사되는 이같은 지하철역 총격전을 놓고 「서브웨이발레」라고 묘사하고 있다. 임은 역에서 발을 구르며 기다리고 기차는 떠난다고 마지막 경적을 울리는데 갱의 집요한 추적을 피해 달아나는  칼리토의 좌절감에 고뇌하는 눈동자가 상처입은 짐승의 그것같아 연민스럽다.

 속도감있고 강인하며 폭력적인 「칼리토의 길」은 음악 촬영 연기등이 모두 좋은데 특히 빨간고수머리를 하고 나온 션 펜의 연기가 아카데미상감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영화는 뉴욕현직판사 에드윈 토레스(62)의 소설이 원전이다.【미주본사 편집국장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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