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적인 부담” 징크스/「돌부처」 근성 살리는 작전변화 필요 이창호는 왜 요다에 약한가.
18일 열렸던 제5기 동양증권배 세계선수권대회 본선2회전에서 지난 대회 우승자인 이창호 6단이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의전기기)8단에게 또다시 패배했다.
이 6단은 이로써 요다 8단과의 대결에서 1승5패라는 극히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같은 성적은 국내기사는 물론 세계 어느 기사와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더구나 세계를 두번이나 제패한 이 6단이 오직 한사람 요다에게만 계속 무릎을 꿇는것에 대해 바둑팬들은 관심을 넘어서 그 근본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조훈현 유창혁 조치훈등 한국기사가 세 명이나 8강전에 진출했다는것보다도 「이창호가 요다에게 또 졌다」는 사실이 더욱 바둑팬들사이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 6단의 패인에 대해 딱부러지는 원인분석을 당장 해낼 수는 없다. 그러나 바둑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대강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이 6단이 「요다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요다에게 성적이 나빴다. 이번에는 꼭 이겨야 한다」는 의식때문에 대국당시에 너무 굳어버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사실 그동안 이창호와 조훈현 조치훈 임해봉등과의 대국을 돌이켜 보면 모두 상대방들이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 지난해 동양증권배 결승전에서 조치훈 9단이 『이창호가 너무 일찍 세계 정상에 섰다. 그를 위해서는 패배의 쓴 맛을 맛보게 해야 한다. 한 수 가르쳐 주어야 겠다』고 하다가 한판을 못 건지고 패퇴한것도 너무 상대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이에 반해 요다와의 대국에서는 이창호가 거꾸로 부담이 크다는것이다.
실제로 당일 대국당시 흑을 쥔 요다 8단은 첫 점부터 마치 야구투수가 투구를 하듯 커다란 몸짓으로 바둑돌을 머리위에서부터 냅다 내리꽂아 불같은 투지를 보였다. 이에 자극받았는지 이 6단도 덩달아 착수를 빨리해 초반 7∼8수가 노타임으로 반상에 내리꽃혔다. 마치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돌부처」라는것을 잊은 듯했다. 이를 지켜본 바둑관계자들은 『어째 창호가 요다의 페이스에 말려드는것 같다』고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였다.
또한 스타일의 문제도 있다. 이 6단이 끝내기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요다 역시 끝내기라면 일가견이 있는 기사다. 이 6단이 그동안 다른 기사들과의 대국에서 으레 그래왔듯이 끝내기단계에서 역전을 시켜야하는데 요다와의 대국에서는 상대적으로 훨씬 어렵다. 따라서 요다에게는 지금까지 이창호가 두어왔던 바둑스타일과는 달리 초반에 적극적인 작전을 구사해 나가는 작전이 유력하다. 이 6단이 최근들어 과감성을 띠는등 바둑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있지만 아직까지 자신의 스타일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이날 대국이 끝난후 검토실에서 한 중견기사가 반농담조로 『창호가 지게된것에는 우리(국내프로기사)들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듯이 이창호는 그동안 너무나 잘 아는 국내기사들과 대국하던 습관대로 너무 쉬운 수읽기에 익숙해진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즉 무리수라고 지적받은 104의 우하귀 침입수도 흑이 실전과 같이 강경하게 반발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안일한 수라는것. 아마도 흑이 당연히 굴복할것으로 보고 나름대로 「계산서」를 뽑았다가 다소 무리인듯 싶은 장면에서 의외로 요다가 강력하게 반발하자 백의 계산에 착오가 생겼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요다는 이창호의 천적으로 오랫동안 버티지는 못할것이다.
두 사람의 객관적인 전력이나 바둑전문가들의 평가에 비추어 보아도 요다는 도저히 이창호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이 6단이 앞으로 한 두 번만 요다를 이겨 징크스에서 탈출한다면 바로 그 순간부터 요다는 더이상 이창호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것이 바둑계의 중론이다.【박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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