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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고유의 맛 잃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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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고유의 맛 잃어간다

입력
1993.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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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가족화·맞벌이부부 증가로 김장 안하는 가정 늘어/확산 「공장김치」 양념·조리법 등 다양화돼야 본격적인 김장철이다. 근래들어 김장을 담그는 가정이 줄어들면서 각 가정마다 고유의 김장 김치맛이 사라지고 있다. 가문대대로 내려오는 독특한 조리법에 따라 정성들여 담근 김치대신 맛이 획일화된 김치공장의 상품김치나 주문 김장김치로 바뀌고 있다.

 이젠 집집마다 양념과 절임이 다른 배추로 담근 다양한 김장김치맛은 볼수가 없다. 똑 같은 양념과 재료를 사용한 획일화된 상품김치를 먹는 사람이 많아진것이다.

 김장이 양식이요, 주부의 일년농사라는 이야기는 옛말이 됐다.▶관련기사 13면

 백화점 김치코너에선 두산식품, 진미식품등 1백50여개 김치업체가 시판하고 있는 각종 상품김장김치를 구입하는 주부들을 쉽게 볼 수있고 농협등에는 김장김치를 주문접수하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지난 한해 김치소비량 1백50만톤중 12%인 18만톤정도가 상품김치였다.

 지난해 농협에 주문한 김장김치는 3만여명에 그 양은 6백톤에 달했다. 11월말 까지 주문을 받는 농협은 올해에는 지난해 2배인 6만명에 1천2백톤가량의 주문을 예상하고 있다.  집에서 김장김치를 담그는 대신 획일화된 상품김장김치를 사먹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것은 단적으로 상품김장김치생산업체의 판매신장률에서 잘 나타난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매년 30∼50%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주부들이 직접 배추를 사거나 양념을 만드는 대신 슈퍼나 시장에서 만들어진 양념과 절인 배추를 구입하는것이 새로운 풍속으로 자리잡고 젓갈등을 파는 김장시장에는 손님들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소래포구에서 새우젓을 비롯한 각종 젓갈을 판매하고 있는 김이쁜씨(40)는 『김장을 하기위해 젓갈을 사러온 주부들이 매년 줄고 있으며 이중 20∼30대 젊은 주부들은 거의 없고 나이든 할머니나 50∼60대 아주머니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예전엔 11∼12월만 되면 동네사람과 친척들이 모여 김장김치를 담그는 모습은 일상의 모습이었다. 김치를 담그는 방법과 재료사용이 지방과 가정마다 달라 독특한 김치맛을 연출했다. 북쪽지방에는 젓갈과 고춧가루를 적게 쓰는 백김치등이 유명했고 남쪽지방의 김장김치는 젓갈과 고춧가루를 많이 넣어 짜고 매운 맛이 특징이다.

 충청도의 호박김치,경기도의 보쌈김치,경상도의 무말랭이김치,전라도의 갓김치등이 지역 김장김치로 잘알려져 있고 경주 이씨가의 굴섞이김치, 안동 김씨가의 깻잎김치,해남윤씨가의 고들빼기김치등이 가문의 김치로 명성이 날 정도로 김장김치는 지방마다 가정마다 특징이 있었다.

 손막내할머니(78·서울 동작구 사당동)는 『동네에서 김장을 할때는 사람들끼리 공동으로 작업을 했으나 배추절이는것과 양념을 만드는것은 반드시 집주인이 할정도로 주부들은 자기집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김장맛을 내는데 최선을 다했다』며 요즘 김장김치를 사먹는 것이나 다 만들어진 양념을 사 김장을 하는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지방이나 가정마다 고유한 김장맛이 사라진것은 김장김치를 담그는 가정이 절대적으로 감소했다는데 있다. 핵가족화와 맞벌이부부들이 늘면서 오랜 시간과 인력이 필요한 김장을 하기보다는 손쉽게 상품김장김치를 사먹는 사람이 급증한것이다.

 또한 김치보관 장소가 따로 없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겨울철에도 하우스재배등으로 싱싱한 채소가 생산돼 김장을 담글 필요성을 느끼는 주부가 크게 줄었다. 이밖에 가공식품의 발달과 쌀소비량의 감소는 가정의 김치소비량의 감소로 이어졌다.

 김숙선씨(35·회사원)는 『직장때문에 김장을 담그는 것은 엄두도 못내고 시어머니가 시골에서 가져온 김장김치를 먹었는데 지난해부터는 슈퍼에서 필요할 때마다 사먹고 있다』며 상품김장김치맛이 집에서 만든 김치맛보다 못하지만 편리하며 시간이 절약된다고 했다.

 명가김치박물관 주영하학예연구원은 상품김치가 편리하다고 해서 우리음식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김장김치를 담그지않는 것은 안타깝다고 지적하고 『상품김치도 획일적인 조리법과 양념에서 벗어나 일본의 경우처럼 지역이나 대표적인 가문의 특징을 살린 다양한 맛의 김치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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