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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시대에 사는길/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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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시대에 사는길/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3.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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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뚜렷한 자원도 없이 외침의 위협속에서 오로지 근면과 성실성만으로 모범적인 개발도상국이된 한국은 우리가 배워야할 모델이다. 풍부한 자원을 갖고도 빈곤과 전근대성을 벗지못하고 있는 말레이시아로서는 국가적 사활이 걸린 과제인것이다』 1981년8월 말레이시아의 모하메드 마하티르부총리가 자신의 집무실에서 필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의사출신인 그가 몇달뒤 총리에 취임하자 무변화의 말레이시아에는 갑자기 활기가 솟기시작했다. 팔을 걷어붙인 마하티르총리가 나태와 안일에 푹 잠겨있던 국민들에게 「한국과 일본을 본받자」라는 뜻의 「동쪽을 바라보자」(LOOK EAST!)라고 외치며 다그친것이다. 총리자신이 외자유치에 적극나서고 잡다한 행정규제를 대폭완화했으며 농업및 유휴인력에 대해 꾸준한 기술교육을 시키는등 산업활동의 여건을 확보한결과 오늘날 동남아제1의 전자공업국이 되고 이지역 유일의 자동차수출국으로 부상하는등 근10여년동안 연8%선의 고도성장을 지속해오는 나라로 무섭게 발전한것이다.

 현재 말레이시아는 어디를 가나 「비전2020」이라는 표어가 걸려있고 또 국민누구나 자신감속에 이를 외우고있다. 10년안에 한국을 완전히 따라잡고 2천20년까지는 미·일과 같은 선진국수준을 이룩한다는 국가목표인것이다.

 어디 말레이시아뿐인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을 주축으로한 동남아 모든나라가 탈빈곤을 넘어 너도나도 경제발전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있으며 특히 나라의 생존을 대외개방과 시장경제에 맞춘 사회주의대국 중국의 전국민적인 산업화노력은 엄청나다. 십수억의 국민들이 모두가 돈벌이가 되는일이라면 서슴지않고 나서는 거대한 노동집약적인 개미군단의 위력은 벌써부터 한국의 해외시장을 마구 잠식하고있는데 5∼10년후에는 공롱과 같은 거대한 경제력을 지니게 될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주변국들이 저마다 「경제립국」을 외치며 질주해오고있는 형편에 우리 경제의 모습을 보면 서글프기만하다. 아시아 네마리소롱중에서 벌써부터 가장 처지고, 국제경쟁력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EC(유럽공동체)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등으로 수출시장은 날로 좁아지고 있는등 어느것 하나 제대로된 여건이 없다.

 어떻게 이 지경이 되었는가.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것은 먼장래를 내다보고 대비하지않고 눈앞의 이익추구에만 급급한 단견주의를 들수있다. 기술개발에 투자하지않아 경쟁에서 밀리고 일찍부터 예견됐던 소위 지역적인 경제 블록화에 대비, 일본이 유럽과 북미지역에 법인과 합작공장들을 진출시킨것과는 달리 대비를 외면한것등이 그것이다.

 또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규제도 큰장애가 되고있다. 얼마전 그레그 전주한미대사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아직도 공장하나 짓는데 1백수십가지의 서류와 절차및 긴시간이 필요하고 또 외국투자조건이 최악이라는 얘기는 부끄럽기 짝이없다.

 이제 정부는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고 장차 더욱 경쟁이 치열해질 국제사회에서의 확고한 립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세가지일을 서둘러야한다. 먼저 국민과 기업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할수있는 획기적인 경제회생·경제립국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일이다. 물론 새정부는 국가목표로 「신경제를 통한 신한국건설」을 내세웠으나 국민들중 과연 얼마나 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는가는 지극히 의문이 아닐수 없다. 과거 경제정책의 청사진을 정부가 만들고 무조건 따라오라고 이끌었지만 이제는 그래서는 안된다. 업계와 국민각계의 의견을 수용하여 다시 만들어야한다. 그렇게해서 모두가 공감하고 함께 고통을 나누고 극복해나갈수 있게 해야한다.

 다음 각종행정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해야한다. 우리기업의 경제적잠재력이 아무리 커졌다해도 관이 일일이 간섭하고 규제하는한 회생도 발전도 그만큼 늦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문민정부답게 움켜쥐고있는 규제를 당장 풀어주는 결단이 필요하다. 끝으로 정부­국민­업계 모두가 하루빨리 국제화를 지향해야한다. 냉전체제 붕괴이후 치열한 경제전쟁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는만큼 타성에 젖은 우물안개구리식의 사고방식으로써는 설자리를 확보할수가 없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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