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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부패개혁 큰 감명”/강택민/한·중 정상회담 대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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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부패개혁 큰 감명”/강택민/한·중 정상회담 대화록

입력
1993.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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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협 확대… 북핵 강력 설득을”/김 대통령/“핵 평화적해결 위해 적극노력"/강 주석 김영삼대통령은 아태경제협력체(APEC)지도자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19일상오(현지시간)강택민중국국가주석과 한중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상오10시30분부터 11시15분까지 시애틀 시내 하버클럽에서 진행된 회담에서 양국정상은 북한핵개발과 경협방안 그리고 국내개혁문제등 양국간 현안및 상호관심사에 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다음은 이경재청와대대변인이 전한 이날 회담의 분야별 대화요지.

 ▲강주석=우리 양국이 수교한지 얼마되지 않지만 참 많이 발전하고 있습니다.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사람들이 한국의 경제발전에 큰 감명을 받고 있습니다.

 ▲김대통령=한국경제가 다시 소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역수지가 금년에 흑자로 전환될 전망입니다. 주석께서 사회주의 체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시키면서 큰 경제발전을 이룬것에 대해 경의를 표합니다.

 과거 한중간에는 불행하고 소원한 때도 있었지만 역사 문화적으로 가장 오래된 가까운 나라입니다. 앞으로 우호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를 기대합니다.

 ▲강주석=수교전에는 서로 잘모르고 소원했지만 이제 정치 경제 문화등 다방면에 걸쳐 관계가 크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통신수단이 발전해 세계가 서로 잘 아는것 같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듯이 한국을 방문하고 온 우리 동료들은 한국의 깨끗한 정치 특히 반부패등 개혁에 큰 감명을 받고 있습니다.

 사회제도와 관계없이 권력을 장악한 뒤에는 권력이 돈과 연결되는것이 상례입니다. 중국은 10여년동안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해서 큰 성과를 얻었지만 부정부패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당간부들의 모범이 중요합니다. 중국에는 「다른 사람에게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래야만 설득이 됩니다. 어려서부터 청렴하도록 교육시켜야 합니다.

 ▲김대통령=32년간 군사정치 아래서 부정부패가 심화됐습니다. 주석께서 말씀했듯이 솔선수범이 중요합니다. 나는 재임기간동안 누구한테로부터도 단한푼의 돈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해 이를 실천해왔고 청와대 식단도 간소화 했습니다.

 고급 공무원들의 재산을 공개하도록 했고 금융실명제를 실시해 부정부패를 막을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부정부패가 없어야 경제발전도 이룩됩니다.

 ▲강주석=맞는 말씀입니다. 간부 공무원들에게 깨끗한 공직자가 되도록 교양을 하고 있는데 엄격한 처벌을 하는 법제도가 필요합니다.

 ▲김대통령=앞으로 가까운 이웃과 경제협력을 확대했으면 합니다. 자본 기술 노동분야에서 양국은 협조할 수 있는 분야가 많습니다. 우리는 자동차 전자교환기 항공기의 공동개발등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강주석=나는 많은 분야에서 한중간의 경제협력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한국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워 수송이 편리하고 문화적으로도 비슷하기 때문에 많은 분야에서 경제협력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제기한 이문제들은 실무선에서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김대통령=북한의 핵개발은 세계적인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위협 뿐만 아니라 중국에도결코 유리하지 않습니다. 일본이 이를 계기로 핵무장을 할 우려가 있습니다.

 중국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 북한이 핵문제 해결에 나오도록 설득해 주기 바랍니다. 북한의 핵이 해결되면 북한에 부족한 식량을 지원하는등 경제협력을 할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강주석=우리도 한반도 정세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한반도가 안정의 방향으로 해결되기를 희망합니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 핵문제에 관해서 평화해결 노력을 해왔지만 앞으로도 적극 노력할것입니다.

 현재 미북한간, 남북한간에 그리고 국제원자력기구(IAEA)회담이 진행중인데 나는 이러한 여러채널의 대화를 통해 해결되기를 기대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확고한 신념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김대통령=북한이 미국과 얘기하면 다해결되는것으로 잘못 알고 있습니다.한국과 미국사이에는 철저한 공조체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미국 단독으로 한국의사에 반하는 어떤 결정도 하지 않을것입니다. 이같은 사실을 북한이 알도록 잘 설명해주기 바랍니다.

 ▲김대통령=금년들어 우리 경제는 흑자로 전환될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사회주의 경제를 시장경제로 전환하는데 주석의 영도력으로 큰 발전을 하고있는데 대해 경의를 표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내년에 한국을 방문해주기를 희망합니다. 

 ▲강주석=대통령께서 먼저 편리한때에 중국을 방문해주기바랍니다. 중국 속담에 한번 만날때에는 생경하지만 두번째 만나면 옛친구라는 말이 있습니다.【시애틀=최규식특파원】

◎김 대통령 APEC 정상회담 발제문 (요지)

  오늘날 전세계는 냉전의 종식과 더불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보편적 가치로 받아들이면서 각국은 자신에게 맞는 변화와 개혁을 모색해 나가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때 우리 아태지역의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새로운 태평양시대」를 논하는것은 자유와 번영이라는 인류의 커다란 꿈을 실현하기 위한것입니다.아태지역은 앞으로 세계의 중심으로서 전세계의 자유와 번영을 선도할것입니다. 이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세계경제의 성장을 주도할것입니다.

 이 지역 국가들이 고속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것은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주의를 신봉하면서 대외지향적인 발전전략을 채택해 왔기 때문이며 앞으로는 역내국가들의 공동노력을 통해 그같은 발전전략을 계속 확대시켜 나아가야 할것입니다.

 「협력없는 경쟁」으로부터 「협력있는 경쟁」으로 바뀌어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새로운 태평양시대」를 창조할 수 있을것입니다. 새로운 태평양시대를 열기 위하여 우리가 서로 협력해야 할 과제는 많습니다.

 그러나 본인은 무엇보다도 다음의 몇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자유무역주의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3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는 우루과이라운드가 연내에 타결되도록 우리 모두의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둘째로, 참다운 시장경제의 창달을 위해서는 대내외 경제활동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대폭 줄여나가야 할것입니다.

 셋째로, 아태지역의 다양성은 공동발전의 장애요인이 아니라 기회로 활용하도록 노력해야 할것입니다. 경제발전단계와 산업구조가 다른 역내국가들간에 호혜적인 경제협력을 보다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것입니다. 아울러 교육·문화분야에서의 교류도 확대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넷째로, 우리 지도자들은 세계경제의 지속적인 침체와 실업 증가, 그리고 무역불균형의 심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경제정책의 협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APEC이 「아태경제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본인이 지금까지 말씀드린 과제의 효율적 추진이 그리 쉽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려움이 많을것입니다. 우리는 그 어려움을 지도자들의 의지와 노력으로 극복해 낼 수 있습니다.제 필생의 경험은 난관을 극복해 대의를 이룩해 내는것의 연속이었습니다.

 한국속담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오늘의 첫 모임을 통해 새로운 태평양시대의 개막이라는 목표의 반을 달성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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