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 여전/새 정부후 “혹시나가 역시”로/“정권 바뀌면 떠날텐데…” 업무 대충대충/전문경영인 영입·내부승진 기회줘야 공무원은 흔히 사기를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열심히 일하면 진급이 보장되고 예측가능한 인사가 이행될 때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나 5·6공에 이어 새 정부출범이후에도 낙하산인사는 여전해 공직사회의 불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바 없다.
특히 특정지역이나 특정단체출신의 인사가 정부 산하단체나 투자기관의 장또는 임원으로 눈에 뛰게 기용되면서 공무원들은 『문민정부들어서도 역대정권의 인사양태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과거정권에서 득세했던 육사출신과 대구·경북출신(TK) 대신에 경남·부산출신(PK)과 대통령선거에 공이 있는 인사들이 나눠먹기식으로 자리를 차지한다는 지적이 있다.
사정한파로 정부의 각종요직에서 5·6공인사들이 물러나면서 옛 민주계 인사와 대선과정에서 사조직이었던 민주산악회, 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나사본)등의 출신인사들이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산악회중앙본부 회장단및 본부장단 임원30여명중 절반이상이 정부부처및 산하단체의 중요 직책을 차지했으며 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등 다른 사조직의 인사들도 정부및 정부투자기관에 대거 진출했다.
최근 연세대행정학과 안롱식교수가 10월말 현재 23개 정부투자기관의 이사장·사장·감사 67명의 주요경력과 출신지역등을 지난해 5월말과 비교해 분석한 「정부투자기관 임원의 사회적 배경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23개 투자기관의 임원 69명가운데 31명이 영남출신이며 이중 경남·부산출신이 18명, 대구·경북출신이 13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PK가 10명, TK가 21명이었던 지난해까지의 분포가 역전된것이다. 군출신 임원의 감소현상은 더욱 두드러지는데 지난해 전체 69명중 22명이 군출신이었으나 현재는 8명에 불과하다.
환경처의 경우 새 정부출범이후 김창제한국자원재생공사사장등 6명이 산하기관에 들어왔으며 노동부는 정치권에서 활동하던 안성혁(전민자당 서대문을 지구당위원장), 박홍섭씨(전민자당정책위원)등이 각각 장애인공단이사장, 근로복지공사사장으로 임명된것을 비롯, 산하기관 임원급에 2∼3명이 영입됐다.
서울시지하철공사에는 이달초 직제에도 없는 공사교육원 부장급연구관직이 신설돼 외부의 압력으로 감사원이나 민자당간부를 영입키 위한 위인설관(위인설관)식의 직제개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지난 7월에도 나사본출신인사를 시산하 공사이사에, 청와대출신 군출신인사가 서울시 4급공무원으로 임명돼 조직내에서 동요가 일기도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이같은 인사패턴에 익숙해진 공무원들은 『문민정부를 표방한 정부가 들어서면 인사만큼은 달라질것을 기대했다』며 실망감을 나타내면서 『누가 오든 내 할 일만 하면 그만』이라는 풍조가 여전하다고 말하고 있다.
중앙부처의 한 공무원(서기관)은 『요즈음 공무원사회에서는 장관이나 기관의 장이 되려면 정치를 하든지 사법고시에 합격, 변호사로 이름을 날리든지 해야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있다』고 자조적인 공직분위기를 소개하고 『과거 열심히 일한만큼 대접받던 시절이 언제올까라는 푸념만 무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임명할 수있는 임명직이 2천여개가 넘는 가운데 현재 김영삼대통령이 등용한 인사가 1백여명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공무원들로서는 이같은 인사에 사기가 떨어지고 새로 임명된 인사들은 언젠가 떠날 사람들이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지 않는 풍조가 일게된다고 지적한다.
연세대 안롱식교수는 『비전문적인 정치권 인사등이 정부투자기관이나 산하단체에 두드러지게 진출하는것은 과거의 구습을 벗어나지 못한 인사행태』라며 『새정부의 인사는 전문경영인의 영입이나 내부승진등을 통해 조직의 활성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조희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