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경제살면 유리” 작년과 분위기 판이/“확보된 현지생산거점 계속 확충” 자신감 클린턴미국행정부 다음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미하원표결결과를 가슴조이며 지켜본 곳은 일본정부와 재계였을것이다.
『부결되었으면 미국의 보호주의가 강화될 우려가 있었으나 다행히 가결돼 이를 환영한다』고 말한 호소카와(세천호희)일본총리의 말에 그 이유가 담겨있다.
물론 일본이 NAFTA에 환영일변도인것은 아니다. 통산성고위관리의 『대악보다 소악을 택했다』는 말처럼 앞으로 NAFTA가 무역블록이 될 소지가 있지만 부결되었을 경우 벌어질 최악의 상황인 미국의 보호주의강화보다는 훨씬 낫다는것이다.
이번 표결전후의 일본내 분위기는 기본합의가 이루어진 지난해 8월과는 전혀 딴판이다. 당시 일본정부와 산업계에서는 NAFTA의 경제블록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일본기업들은 북미전략을 전면수정해야된다는 볼멘소리를 했다. 일본통산성은 NAFTA의 무역및 관세일반협정(GATT)위반여부에 대한 심사요청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1년여만에 일본내의 시각이 이처럼 바뀐것은 부결되었을 경우에 일본이 받을 엄청난 타격때문만은 아니다. 경단련은 최근 일본기업에 미칠 영향을 조사, 「전체적으론 큰 영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질적으로 일본에 큰 손해가 없는데 지레 겁을 먹었다는것.
일본정부의 경계심도 점차 줄어들었다. NAFTA 가결이후에도 우루과이라운드(UR) 아·태경제협력체(APEC)등을 통해 배타적인 블록화를 견제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이 던진 승부수가 바로 쌀관세화수용이다. 일본이 양보하면 농업문제로 버티고 있는 유럽공동체(EC)의 입지가 약화돼 UR의 연내타결에 중대한 이정표가 마련될것으로 일본정부는 보고 있다.
일본은 또 APEC의 개방화된 지역주의로 아·태지역의 무역·투자자유화를 촉진할것으로 보고있다. 일본정부는 미국일각에서 제기되고있는 APEC의 무역블록화에는 결코 찬성하지 않는다. 그러나 NAFTA에 이어 APEC이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UR의 연내타결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본산업계도 NAFTA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많이 적어졌다. 특히 자동차업계가 그렇다. 『거대한 자유무역시장이 탄생, 북미경제가 활성화될것이다』(도요타 다츠로 도요타자동차사장)이처럼 북미경제가 살아나면 일제자동차 판매도 늘어날것이란 기대감도 보인다.
더욱 까다로워질 자동차부품의 원산지규정(50%에서 8년후 62.5%)이 일제차를 막으려는 미국자동차 「빅3」의 음모라는 견해도 있다. EC에서와 같은 교묘한 수입제한조치가 깔려있다는 불만이다. 이것이 발전하면 무역블록이 아니고 무엇이냐는 비난도 뒤따른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일본기업들은 NAFTA엔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있다. 이미 북미지역에 대규모 생산거점을 확보, 이지역의 진입장벽을 넘을 수있는데다 현지생산공장을 계속 확충할 경우 앞으로 북미경제발전효과의 열매를 상당부분 공유할 수있고 중남미 진출의 발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속셈이다.
93년도 일본무역진흥회 해외투자백서에 따르면 91년말 현재 일본의 북미지역직접투자규모(누계)는 미국에 8백66억달러, 캐나다에 64억달러 그리고 멕시코에 15억달러, 자동차업계는 미국에 7사, 캐나다에 3사, 멕시코에 1사 등 11사, 그리고 전기업계는 멕시코에 32사등 북미지역에 총40사의 현지공장이 가동되고있다. 대북미 양대수출종목에서 거의 현지화가 완료된 상태이다.
이지역 장벽 뛰어넘기의 핵심은 멕시코진출. 멕시코에는 이미 일본계제조기업 1백6개사가 가동중이다. 일본이 그동안 미국시장 우회생산기지로 활용해온 멕시코의 보세가공공단(마킬라도라)에는 미·멕시코양편에 같은 공장을 설립, 값싼 멕시코의 노임을 활용, 효율적인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의 멕시코진출은 이처럼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조립단계의 대기업이 한꺼번에 진출, 투자효율을 극대화하고있으며 앞으로 원산지비율이 더 까다로워질것을 대비, 부품부문의 중소기업의 진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현지화전략은 엔고극복전략과 맞물려 가속화될 전망이다.【도쿄=안순권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