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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용경비 태부족/「손벌리기」부추긴다(공직사회 이제뛰자: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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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용경비 태부족/「손벌리기」부추긴다(공직사회 이제뛰자:6)

입력
1993.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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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끼식비 8백원… 사기 “바닥”/복사용지 한장·전화 한통화도 “눈치” 금품수수 유형은 흔히 축재형 생계유지형 실비보충형등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축재형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생계유지형이나 관서운영비부족으로 인한 실비보충형등의 경우는 책임을 전적으로 공무원들에게 돌리기에는 무리한 면이 없지 않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기관운영비 봉급등을 현실화해줌으로써 금품수수 소지를 제거해야 깨끗한 공직사회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같은 기대와 거리가 멀다. 

 『직원 6명의 하루식비만 1만5천원입니다. 1인당 8백원 남짓한 한끼 식비로 격일 24시간근무를 하라는 게 말이나 됩니까』

 서울중심가 한 파출소 직원의 하소연은 기관운영비가 절대부족한 공직사회 실상의 한 단면을 말해주고 있다. 일상적인 대민접촉이 이루어지는 지·파출소등 경찰관서, 지방행정관서의 기관운영비 활동비 부족은 사실상 정기적 금품수수 관행을 공식화한것이나 다름없다. 

 『전같으면 관내 개발위원등이 수시로 찾아와 식비를 포함한 경비 일부를 지원해 주었지만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거절해야 하는 분위기여서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관내인구 3만5천여명으로 1급지로 분류되는 광주 D동사무소 직원의 말이다. D동사무소의 한달 운영비는 1백69만5천원. 이중 직원급식비등 기타비용을 뺀 표준경비 1백여만원으로 전화료 전기 수도사용료등 공공요금과 냉난방비 소모품비등을 모두 충당해야 한다.

 『시세등 체납독촉장 발부와 확인전화비용만도 한달에 30여만원이 듭니다. 정부의 경비절감정책에 따라 그나마 복사용지 한장 쓰는데도, 전화 한통화 하는데도 눈치를 보며 일하는 실정입니다. 솔직히 연료비가 적어 겨울나기가 큰 걱정입니다』동사무소 직원의 하소연이다. 

 『예방치안을 위해서는 순찰차를 종일 가동해야 하는데 차량유지비와 기름값 명목으로 월 36만7천8백원밖에 지급되지 않습니다. 노후차량은 수리비만도 한번에 20만∼30만원이 들 때가 있어 그냥 차를 놀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렇지만 차를 놀렸다간 감사에서 지적을 받습니다』 서울 강남지역 한 파출소 직원은『대민봉사도 기본경비가 보장돼야 가능한것 아니냐』고 불평했다.

 감사원은 6월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서초·청량리경찰서를 표본으로 경찰관서 운영에 대한 종합실태감사를 실시했다. 감사결과 지·파출소 운영비는 실제 운영비의 3분의1이 부족한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감사원은 부족한' 경비를 예산에 반영해주도록 경제기획원에 건의했다.▶별표 참조

 감사원 지적이후 당장 지·파출소의 한달운영경비는 6대도시기준으로 월평균 1백5만5천원에서 2백25만3천원으로 2배이상 늘었다. 112순찰차 유류지급량도 하루 16ℓ에서 24ℓ로, 급식비는 1일 2천5백원에서 4천원으로 인상돼 94년 예산에 반영됐다. 

 그러나 일선수사경찰의 경우 6대도시기준 수사비 월17만원(91년이후 동결)에 대한 4만∼5만원의 증액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 서울S경찰서 이모경위(45)는『제대로 수사를 하려면 최소한 30만원은 수사비로 나갑니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버스타고 느림보수사를 해야 하는데 사건이 터지면 질책만 하니 요즘은 경비를 핑계로 아예 외근근무를 나가지 않으려는 직원도 많습니다』고 말했다.

 기관운영비 활동비 수사비등이 부족하면 기본업무수행을 위한 경비를 외부에 기대게 된다. 그런데도 모르는 척 눈감아온 게 우리의 현실이었다. 공무원들은 이제「손벌리지 않고 소신껏 일할 수 있는 공직사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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