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부동표 흡수 성공/반대진영 큰표차 당혹 미하원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비준표결은 무려 10시간이 넘는 진통끝에 이뤄졌다. 그러나 진통에 비하면 결과는 싱거울 정도로 찬성이 압도적이었다.
2백34대 2백. 표결직전 토론과정을 거칠 때까지도 찬반 줄타기를 해온 부동표 30여표가 모두 찬성으로 돌아선 것이다. 표결 직후 클린턴대통령은『미국이 후퇴가 아닌 경쟁을 택한 역사적 순간』이라면서 기뻐했고 반대진영은 예상보다 큰 표차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개표순간까지도 NAFTA 비준안 통과를 자신있게 점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7일 표결직전 의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처음으로 찬성이 우세하게 나타나긴 했어도 부동표는 여전히 30여표를 웃돌았다.
긴박감은 표결전 8시간 동안 계속된 토론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야당인 공화당보다 여당인 민주당의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더높았기에 표결결과는 더욱 예측불허였다. 특히 민주당내 많은 원로들이 클린턴대통령을 닦아 세우는데 앞장섰다.
데이비드 보니어 민주당의원(미시간주)은 『한시간에 1달러를 받고도 일을 하려는 멕시코노동자와 미국의 노동자를 한 시장에 묶는것은 미국노동자를 모두 죽이는 처사』라는 원색적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이어 나온 민주당의 마키 켑투어의원(오하이오주) 데이비드 오베이의원(위스콘신주)등은 미국내 실업증가와 금융시장마비등 NAFTA의 예상되는 부작용을 조목조목 들어가며 반대표를 호소했다.
토론 도중 불상사도 생겼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 회원 4명이 갑자기 의사당 안으로 뛰어들어오며『NAFTA 결사 반대』를 외쳤다. 이들은 바닥에 5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뿌려대며『클린턴대통령이 돈으로 표를 사려한다』며 미행정부의 과도한 로비행위를 비난했다.이들은 곧 체포돼 벌금 5백달러씩을 선고받았지만 미국내 NAFTA 반대의견이 얼마나 강한지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
최소한 이 순간만큼은 NAFTA 비준안 가결은 회의적이었다. 반대진영은 비준안이 부결되거나 최소한 근소한 차이로 통과돼 클린턴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을 입힐수있다고 믿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백악관측이 걱정했던 부동표 30여표는 모두 찬성으로 판명됐다. 찬성 2백34표 중 공화당표가 1백32명으로 절반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역시 클린턴에게 완승을 가져다준 가장 큰 원인은 민주당내 부동표의 흡수였다. 전통적 지지기반인 각 단위노조와 민주당출신 대통령사이에서 눈치를 보느라 찬반결정을 내리지 못한 민주당 부동표가 표결순간에 대거 찬성으로 몰린것이다.
특히 클린턴대통령이 가장 걱정했던 플로리다주등 멕시코 인접 남부지방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찬성 몰표가 나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개표가 완료되자 남부지역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여온 미키 켄터미무역대표부대표는 『이 지역 농산물이 멕시코산 덤핑으로부터 보호받을수 있다는 주장이 먹혀들어간것 같다』면서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NAFTA 비준안은 다음주 상원표결을 거쳐야하나 무난히 통과될것이 예상된다. 이날 하원표결로 의회의 NAFTA 비준은 사실상 확정됐다. 다른 협정체결국인 캐나다는 비준을 끝내고 총리의 선포만 기다리고 있고 멕시코의 의회표결 역시 통과가 확실시 되고있다.【워싱턴 외신=종합】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