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영웅전·추리소설 등 탐독… 미래의 꿈과 희망 키워 시인 강우식교수(52·사진·성균관대 국문학과)에게는 국교시절의 독서경험이 아름다운 추억이며 빈한한 어촌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즐거움이었다. 책을 보느라 호롱불 밑에서 밤을 새우고 수업시간에도 다음이 궁금해 몰래 책을 읽다 선생님에게 들키기 일쑤였다.
『유독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한국전쟁이 남긴 폐허속에서 책은 빌려보는것이 당연하게 여겨질 만큼 귀중품이던 시절이었으니까 대부분 독서에 대한 갈망이 매우 강했지요』
강원 명주군 주문진의 어촌에서 태어나 48년 국교에 입학한 강교수는 한국전쟁이 진행중이던 주문진국교 4학년때 담임선생님이 읽어주시는 「플루타크영웅전」을 듣고 책을 읽고 싶다는 욕심이 섬광같이 생겨났다. 그러나 워낙 책이 귀한 때여서 선생님이나 친구의 형으로부터 빌려 보아야 했다.
집안일 덜 거든다고, 쓸데없이 기름 써가며 잠 안잔다고 부모님의 꾸지람을 자주 들었던 일은 「파랑새」 「소년세계」등 어린이잡지의 동시에 동심을 설레고 김래성의 추리소설 「마인」에 가슴 죄거나 쥘 베른의 「바다밑 2만리」로 꿈과 희망을 키우며 책과 더불어 성장한 강교수에게는 되찾고 싶은 즐거운 추억이다.
『옆집 누나로부터 「마인」1·2권을 빌려 하룻밤에 다 읽었을 때의 후련함이나 교실에서 나의 「바다밑 2만리」얘기를 둘러앉아 듣던 친구들의 표정이 잊히지 않아요. 그러나 그 빛나던 감성은 연륜과 함께 무뎌지고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65년 성균관대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이듬해 「현대문학」을 통해 데뷔할 때까지 당시 유행했던 실존주의계열 소설을 비롯해 국내외 문인들의 걸작을 섭렵한 강교수는 20년간 출판업계에서 일하며 책과 함께 지내다 88년부터 모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강교수는 『어릴 때의 순간적인 감동에 의해 독서습관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어린이들에게 즐겁고 재미있게 책을 읽도록 주변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며 『길잡이가 될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강교수는 『날로 지식이 세분화되는 시대에 어린 시절의 독서야말로 폭넓은 시각을 키워주고 보편적인 감성을 지켜주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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