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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후 명과 암/금리안정/주가상승/물가불안/중기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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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후 명과 암/금리안정/주가상승/물가불안/중기부도

입력
1993.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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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1백일」성적표/초반약세 벗고 활황세/주가/통화홍수로 위기 고조/물가/당국 “대체로 성공” 자평속 “서민만 불편” 여론도 19일로 금융실명제가 실시된지 1백일이 된다. 총가명계좌의 97%가 실명화했고 현금퇴장이나 금융대란 증시폭락등 당초 걱정했던 후유증도 나타나지 않아 『실명제 1백일은 대체로 성공적』이라는것이 당국의 총평이다.

 그러나 금리와 주가 통화유통속도등 당국의 자신감을 뒷받침하는 외형적 지표들의 안정에도 불구, 당초 겨냥했던 「검은돈」이 실명제 그물에 포착됐다는 징후는 좀처럼 볼 수 없다. 큰손들에게 면죄부를 준 장기채발행이나 기업비자금의 법인명의 실명전환허용조치등은 모두 외면당했고 기왕에 위장분산한 주식을 실명화한 기업인도 소수에 불과했다. 실명제를 하는지 안하는지, 실명제를 해서 달라진게 뭔지 잘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실명제로 달라진것은 시민들이 송금할 때 신분확인을 해야하고 자기앞수표 뒷면에 꼭 자기이름을 써야하는등 불편해진것 뿐이라는 얘기도 많다. 금융기관 권유로 한푼이라도 절세를 해보겠다고 본의 아니게 가족 친지 이름을 빌려다 쓴 일부 선량한 서민들만 울리고 큰고기들은 모두 빠져나가버린, 그래서 「한국형 실명제」란 별명이 붙은 그런 실명제가 됐다.

 ○…금융시장에는 단기적인 후유증은 찾아볼 수 없다. 실명제직후 14%대까지 뛰어올랐던 실세금리(3년만기 회사채유통수익률)는 9월이후 하향세를 보이며 최근 12%대 까지 떨어졌고 단기시장금리인 콜금리와 CD수익률도 11%와 13%대에서 꾸준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주춤했던 자기앞수표사용도 정상수준을 회복했고 현금선호경향도 크게 줄었으며 은행들의 수신고경쟁속에 절세와 고수익이 함께 보장되는 신탁·저축성상품의 예금액은 더욱 늘고 있다. 실명제이후 9월말까지 새로 방출된 현금은 5조원이 넘는다. 한국은행이 10월이후 통화회수에 나섰지만 아직도 시중에는 지난해말보다 1조5천억원이 많은 10조원가량의 현금이 돌아다니고 있다.

 워낙 많은 돈이 풀린탓에 물가불안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억제선이 무너진 올해 물가는 그렇다해도 실명제이후 늘어난 통화가  위력을 떨칠 내년 물가는 폭발직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금홍수속에서도 기업부도는 오히려 늘어났다. 봉명 장복등 중견기업들의 부도가 잇따랐고 중기부도율도 실명제전보다 1.5배가량 높아졌다.

 ○…실명제이후 가장 큰 이변을 일으킨 곳이 증권시장이다. 실명제가 주가와는 상극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주가가 꾸준히 오르는등 활황세를 나타내고 있기때문이다. 또 대표적인 실세금리인 회사채(3년만기 은행보증물)유통수익률이 최근 4년여만에 12%에 진입하는등 채권금리 역시 하향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18일 종합주가지수는 8백22. 실명제실시직전(8월12일의 7백25)보다 1백포인트가량 올랐다. 실시직후 며칠간 6백66까지 폭락하기도 했으나 금리자유화(10월1일)직전부터 상승세를 타기시작, 지난15일에는 3년5개월만에 8백선을 돌파했었다.

 ○…단자권을 비롯한 제2금융권은 실명제실시에 따른 부작용을 전혀 느낄 수 없을만큼 실명제실시전과 비슷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 단자사들의 고민은 돈을 쓰려는 기업이 없다는데 있다. 실명제 이후 금융당국의 풍부한 통화공급으로 인해 수신은 크게 늘어났는데 기업들이 돈을 쓰지 않아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것이다. 대표적인 수신상품인 어음매출은 이달 들어서만 1조1천억원이상 늘어난 반면 기업에 대한 여신(어음할인)은 6천여억원에 불과했다. 이에따라 최근에는 단자사들이 은행등 금융기관이 높은 금리를 요구하며 맡겨오는 거액의 예금을 사절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사채시장의 경우 실명제실시 직후 한때 거래가 두절되기도 했었으나 얼마 안가 다시 원상을 회복해갔다. 최근에는 과거와 같이 수백억원을 굴리는 큰손들은 거의 안보이지만 수억 수십억원대의 작은 손들은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다만 그동안 사채의 주종을 이뤘던 어음할인은 기업의 자금수요 감소와 제도금융기관의 풍성한 자금사정으로 인해 시들해진 반면 신용카드 할인과 같은 소액사채가 성행하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어음할인 금리는 신용도가 높은 A급이 월1.22%(연 14.64%)로 제도금융기관의 대출금리와의 격차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김경철·김상철·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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