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살리려고 사채를 끌어다 쓰면서 백방 노력했지만 애꿎은 우리가족에게만 고통이 돌아오네요… 빚때문에 정든 집마저 저당잡힐 지경이 됐으니 정말 면목이 없소』 지난 16일 상오 서울 송파구 잠실2동 주공아파트 225동 315호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O화학 전무 황동휘씨(58)가 부인에게 남긴 유서는 경기침체로 장기적인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인들의 고통을 대변하고 있다.
벽돌도료등에 사용되는 화학재료와 TV모니터 부품소자를 생산, 납품하는 O화학은 공장 2개와 종업원 30여명인 중소업체. 3년전부터 전무겸 전자사업본부장으로 일해온 황씨는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다 금융실명제 실시이후 은행대출이 어려워져 심한 자금난을 겪던 이 회사 화학사업본부가 이달초 15억원의 부도위기에 몰리자 고민에 빠졌다.
화학사업본부와는 사실상 분리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남의 일」로 접어 둘 수도 있었지만 부도만은 면해줄 요량으로 돈줄을 찾아 나섰다. 거래은행과 단자사등을 수없이 찾아 다니며 급전대출을 간청했지만 『담보능력이 없어 안된다』는 대답뿐이었다. 낙담한 황씨는 알음알음으로 사채업자들을 소개받아 이들로부터 비싼 이자를 주고 1억4천만원을 빌렸다.
그러나 황씨와 사원들의 계속된 자구노력에도 불구, 지난 2일 끝내 부도가 나고 말았다. 채권자들의 변제요구에 시달려온 황씨는 부인(49)과 외아들(21·K대2)에게 유서를 남긴채 목욕탕에서 음독자살했다.
『사랑하는 식구들이 고통받는 것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못난 사람은 먼저 갑니다… 회사는 다시 일어날 것입니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대책이 현실과 괴리돼 있음을 알려준 황씨의 자살을 중소기업정책당국은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변형섭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