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회의 의제별 각국입장/아세안,역내무역자유화 불만/「지도자회의 정례화」도 제각각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가 막을 올렸다. 17일부터 시작되는 각료회의와 19일부터 열리는 각국 정상회의는 APEC의 주의제인 경제협력문제를 비롯, 북한핵등 국제적 핵비확산문제, 아태지역의 새로운 공동체 모색문제, 아시아국가연합(ASEAN)등 역내 다른기구들과의 조화문제등 전반적이고 포괄적인「21세기 아태의 미래」가 논의될 전망이다. APEC의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기도한 역내 국가간의 다양성은 일단 이같은 제반 문제에 대해 적지않은 입장차이를 노정하고 있다. 시애틀 웨스틴호텔 각료회의와 블레이크섬 지도자회의에서 이같은 다양성이 어느정도의 공통점을 찾게될지 주목된다.
▷경제협력◁
통상과 무역의 역내자유화에대한 공감대는 뚜렷하다. 그러나 ASEAN과 비ASEAN간에 이를 보는 시각차 역시 명확하다.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ASEAN 국가들은 APEC의 활성화가 자체의 균열을 가져올수 있다는 이유로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ASEAN의 주도국인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총리가 클린턴미대통령의 정상회담제의가 있자마자 참석을 거부한 점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질수 있다. 마하티르총리는 자신이 지난 90년 주창한 동아시아경제협의체(EAEC)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있다. APEC회원국중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를 제외한 국가들의 경제권구상인 EAEC는 『근본적으로 농업주도국인 동아시아국가들은 보다 색다른 자유무역구조를 갖춰야한다』는것이다.
이에대한 ASEAN역내의 합일점도 완전하지는 않다. ASEAN의 또다른 주축인 인도네시아는 이 조직이 APEC의 하부구조가 돼야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94년 APEC 의장국으로 내정된 인도네시아의 경우 이를 계기로 국제적인 위상제고를 노리고 있어 당연한 선택이라 할수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소블록간의 자유무역합의체인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와의 약속과 상충되는 부분을 감수해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것도 현실이다.
▷북한핵문제◁
이번 회담의 비경제분야의 가장 큰 문제중의 하나는 북한핵을 비롯한 국제적 핵비확산문제. 제1의 이해당사자인 우리로서는 경제 이상의 의미가 부여돼야할 형편이기도 하다. 우리는 한미정상회담과 한중정상회담, 한호정상회담에서 이문제를 집중 거론한다는 방침이며 미일미중일중간의 개별정상회담에서도 북한핵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될 전망이다.
이 문제에 대한 APEC회원국들간의 견해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북한의 비핵」에 대한 인식은 같다. 다만 현재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의장국을 맡고 있는 호주의 키팅총리가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일것으로 예상되며 미국에 이어 중국과 일본은 「유엔제재반대―대화해결모색」의 기본방침을 들고 나올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과 특별한 관계를 갖고있는 중국의 경우 『필요한 경우 직접 설득에 나설테니 제재를 피하자』는 적극적 의지까지 내비칠것으로 알려져 이번 회의의 결과에 따른 북한핵문제의 「처리」에 관심이 모아지고있다.
▷APEC기구 확대◁
우리정부는 한승주외무장관이 밝힌바와 같이 APEC지도자회의가 앞으로 정례화될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대한 미국의 입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이를 주도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적극론에는 호주와 캐나다 뉴질랜드도 크게 호응하고 있다.
다만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ASEAN국가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회의적시각이 높다. 이번 지도자회의에 마하티르총리가 불참함으로써 대신 블레이크섬지도자회의에 참석케된 라피다 아지즈무역장관(여)은 공개석상에서 『APEC회의는 기본적으로 토론회이며 따라서 이 회의가 지역경제블록이나 자유무역추구쪽으로 눈을 돌리는것은 마찰을 불러일으킬 뿐이다』고 밝힌바 있다.
이에대한 일본과 중국의 태도도 명확하지 않다. 일본과 중국은 미국의 구상처럼 완전한 아태자유무역지대가 형성되면 수출증대로써 이득을 얻을수 있고 ASEAN의 주장대로 소블록으로 발전되더라도 동아시아권의 맹주로서의 영향력을 유지할수 있다는 계산아래 일단 동참하고 보자는 「이중적 계산」아래 이부분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기타 이견◁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고있는 중국과 대만 홍콩등 3국간의 대표성문제에 대한 역내의 이견도 간단치 않다. 미일등은 중국이 갖는 정치적의미를 감안, 중국의 대표권을 용인해주자는 생각이다. 따라서 이번 회의의 주최국인 미국은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중국의 정상과 대만 홍콩의 각료급 대표」를 참석시키는 지도자회의라는 고육책까지 동원했던것이다. 반면 대만과 홍콩과의 실질적 거래를 중시하지 않을수 없는 ASEAN국가들은 「3개의 중국대표」가 참석하는 회의체를 원하고 있다.
또 지도자회의의 정례화와 관련,매년 개최하자는 견해(한국 미국 호주 인도네시아등)와 2∼3년 마다 여는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캐나다 뉴질랜드등)외에 아예 부정기적으로 필요에 따라 협의해보자는 견해(말레이시아 태국등 주로 ASEAN국가)들이 사전에 의견조율을 전혀 거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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