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상오11시20분 국회의사당 2층의 예결위회의장에서는 소군사작전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국회의원과 예결위의 회의진행요원등을 제외하고 회의장에 있던 1백여명의 사람들이 모두 「소개」됐다. 심지어 국무위원들까지 자리를 비워야 했다. 예비비를 관장하는 경제부총리는 예외였다. 안기부장이 참석하는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김부장이 이날 회의에 참석한 시간은 모두 40여분. 예결위가 그를 회의에 불러내는데 전날 하루를 소모했던데 비해보면 허망하게 느껴질만큼 짧은 시간이었다. 김부장은 당초 전날 저녁에 국회에 나오기로 돼있었다. 예결위의 2개 심의안건중 하나인 92년도 예비비중 상당부분을 쓴 안기부장의 출석은 당연하다는게 야당측 주장이었다. 여당측은 처음에는 난색을 보였다. 『법상 안기부장의 출석을 강제할 근거나 관례가 없고 어차피 예산회계법상 안기부의 예비비내역은 공개할 수 없도록 돼있다』는 이유였다. 줄다리기끝에 여당은 인사만 하고 돌아가도록 한다는 조건아래 안기부장을 저녁에 출석시켜 비공개회의를 갖는데 동의했다. 그러나 안기부장은 저녁회의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민자당측은 『자신들을 향한 야당측의 정치공세를 안기부도 계속 듣고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해 안기부가 나갈수 없다고 버텼음을 알게 했다. 예결위의 저녁회의가 파행되었음은 물론이다. 한 야당의원은 『여당의 구태때문에 아무것도 아닐수 있는 안기부가 계속 대단한 부서로 남아있다』고 개탄했다. 이에 비해 한 여당의원은 박관용청와대비서실장과 안기부의 자세를 대비시켰다. 『박실장은 여당총무단이 관례를 내세워 상임위에 있지 말라고 해도 「문민시대인데 뭐가 무서우냐」며 자진해서 남아 당측을 매우 「편하게」해줬다더라』고 말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이날 비공개리에 답변대에 선 김부장은 안기부예산공개불가, 다른 부처 은닉예산 전무등 전혀 비밀일 수 없는 입장표명으로 일관했다.
회의가 끝난뒤 김부장은 악수를 청해오는 여당의원들의 손을 잡기에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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