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제조건 수용 명분제공/“핵의혹 해소” 원칙은 확고부동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의 내면에는 두가지 원칙이 깔려있다. 첫째는 원칙주의이다. 기본원칙은 상당한 오랜 기간과 시행착오를 거쳐 형성되기 때문에 일단 한번 수립되면 바꾸기가 매우 어렵다. 둘째는 실용주의 경향이다. 미국인들은 상대방이 흥정을 하려들면 이를 처음부터 거절하는 법은 없다. 북한핵문제를 다루는 미국외교도 결국 이런 미국인들의 기본적 행동양태를 따르고 있다고 볼수 있다.
북한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기본입장은 첫째 북한이 핵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원칙이고 둘째는 지난 7월 제2단계 제네바회담에서 미·북한이 합의한 대로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수용과 남북한 협상을 진전시켜 3단계회담을 갖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실용적인 입장에서 그동안 많은 타협을 했다.
우선, 2단계 회담의 합의 사항인 2개월내 IAEA핵사찰 수용, 남북대화진전등의 조건이 성숙되어야 3단계 회담을 갖겠다는 당초의 시한을 고집하지 않고 북한에 시간적 여유를 주었다. 또한 IAEA핵사찰 수용의 범위에도 신축성을 두고 일단 IAEA에 보고한 핵시설에 대한 건전지 및 필름교체만 허락해도 사찰을 받고 있다는 소위 「사찰계속성」을 인정해 준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북한이 핵「일괄타결안」을 내놓았을때 미국의 일차적인 반응은 「환영한다」는 것이었다. 매커리미국무부대변인은 북한이 비록 조건을 내걸었지만 일단 핵문제를 풀어보려는 제안이라는 점에서 이를 환영한다면서 미국도 3단계 회담에서 종합적인 문제의 해결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환영」발언을 하면서도 기왕에 미국이 북한과 합의한 두가지 원칙이 3단계 회담의 전제조건임을 재확인하는 것을 빠뜨리지 않았다.
원칙은 변경하지 않지만 그 원칙을 이행하기 위한 전술에는 얼마든지 융통성이 있다는 미국식 답변이었다.
15일 열린 미국가안보회의(NSC)에서도 팀스피리트훈련포기를 연계시킨 북한의 핵사찰수용제안을 받아들이도록 클린턴대통령에게 건의키로 결정했다. 미국은 북한이 더이상 핵사찰을 거부할수 있는 명분을 없애는 전술책으로 적극 공세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의 이같은 전술이 어느정도 효과를 거둘는지는 좀더 두고보아야 할것 같다.
15일 국무부 특별기자회견에서 나온 크리스토퍼장관과 윈스턴 로드아시아·태평양담당차관보의 답변도 이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회견에서 윈스턴 로드차관보는 『대화는 계속하고 있다』고 밝혀 북한핵문제의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을 확실히 했다.
이들은 이날 16일부터 열리는 시애틀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에 대해 브리핑하면서 각각 한번씩 북한핵문제에 관해 답변했다.
북한핵문제의 진전상황은 어떤가.
▲크리스토퍼=미국은 북한의 핵개발계획을 중지시키기 위해 북한의 핵사찰수용과 남북대화의 실질적인 진전을 촉구해왔다. 이런 목적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전술을 현재 정부고위급에서 토의하고 있다. 그 전술을 일일이 이 자리에서 말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다만 두가지 조건이 성취된후 미·북한관계진전등 여러가지 가능성을 토의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제의한 핵일괄타결안은 받아들이는가, 그렇다면 그 문제에 대한 회담은 언제쯤 열것인가.
▲로드=3단계회담전에 북한이 이행해야 할것들을 명백히 하기 위해 현재 북한과 실무자급 접촉을 하고 있다.
30분간의 비교적 짧은 회견후 기자는 로드차관보에게 『귀하는 나의 질문에 우회적으로 대답했다. 결국 북한의 일괄타결안을 받아들인다는 말인가, 아닌가』라고 다시 물었다. 로드차관보는 이에대해 『그렇게 딱 부러지게 답할수는 없다. 다만 우리는 북한과 대화를 계속한다는 것과 북한이 약속한 조건을 이행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은 핵문제에 대해 시기·방법등에서는 어느정도 유연성을 가져왔지만 핵개발의심의 투명한 해명을 끝까지 거부할수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일괄타결제의가 핵의심지역을 샅샅이 공개해야한다는 원칙을 거부하기 위한 것이라면 결과적으로 더큰 재앙만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