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지도자회의를 계기로 김영삼대통령의 첫 해외나들이 정상외교가 펼쳐진다. 김대통령은 취임후 지금까지 한국을 방문한 여러나라의 지도자들을 맞아 정상회담을 가진바 있지만 자신이 밖으로 나가는 일은 없었다. 그동안 내치·개혁에 바빴던 탓도 있지만 허울좋은 나들이에 너무 많은 돈이 든다고 자제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이 나설때가 왔다. 안에서 국제화가 어떻고 국제경쟁력이 어떠니 아무리 외쳐보았자 백문이불여일견이다. 실제로 밖에 나가서 직접 보고 느끼는것 이상의 효과는 없을것이다. 경비절감도 좋지만 그보다는 돈을 쓰더라도 나가서 배워오는것이 더욱 적극적인 사고방식이다. 내정 개혁도 궁극적인 목적은 국제화를 위한것이고 세계 선진대열에 진입하기 위한것이다.
때마침 APEC 정상회담이라는 호기를 맞아 김대통령은 정상외교를 경제적으로 하게되었다. 자신을 비롯해 12개국의 대통령·총리등이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이번 나들이는 한국의 새문민정부를 국제무대에서 선보인다는 의미가 크다고들 하지만 그것으로 자족하는 안이한 태도는 버려야할것 같다. 그 의미를 과소평가 하는것은 아니나 그보다도 국제공조로 해결해야할 어려운 문제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평상시 기존의 외교채널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난제들이 정상외교의 솝씨를 기다리고 있는것이다.
APEC 자체만 해도 그렇다. 현재의 협력체를 공동체로 전환시키는등 결속을 강화하는 일이 우리 외교에서는 중요한 당면과제의 하나로 등장했다. 치열한 경제전쟁에서 고립되지 않고 탄탄한 아태지역기구를 만들어 주도적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APEC을 단순한 경제기구에서 정치·안보의 다자간 국제기구로 발전시키는것도 목표의 하나이다. 북한까지 참여한다면 우리에게는 더욱 효과적인 집단안보기구가 되겠지만 아직은 먼 얘기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그런 단계까지 목표를 설정해야 할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경제협력기구에 불과했던 APEC이지만 정상회담에서 모든 문제들을 자유롭게 토론하는 이번 시애틀회의를 기점으로 정치·안보문제까지 접목시킬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정상회담을 매년 혹은 격년으로 개최하도록 정례화하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외교에서 발등에 떨어진 불은 뭐니뭐니해도 북한의 핵무기개발 억제이다. 이문제를 두고 한국은 물론 북한 미국 중국 일본등이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긴박한 분위기에 비해서는 나오는 묘안이 없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외교정책 역시 갈피를 못잡는 인상이다. 북한에 대해 영향력이 가장 큰 중국의 태도도 모호하긴 마찬가지이다. 이를 지켜보는 우리국민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오늘 출국하는 김대통령이 벌이게 될 일련의 정상외교를 통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성과가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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