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위직공무원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에 착수했다고 한다. 반드시 그래야한다고 생각되면서도 그 실효에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정만으로는 안될 일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문민대통령의 「윗물맑기운동」과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로 상위직공무원의 부조리를 제거하기 위한 제도적·실질적 장치는 가동되고 있으나 하위직 공무원의 비리는 좀처럼 제거되지 않고 있다는것이 중론이다. 더욱이 정작 개혁정책을 일선에서 추진해야 할 일선공무원들이 눈치보기와 보신주의에 빠져 복지부동하고 있는 현상은 국가적 개혁추진에 중대한 걸림돌이 되고 있음이 사실이다. 이런 시점에 내무부등 정부기관이 지방공직자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위한 전면적인 사정작업을 시작한것은 만시지탄의 감마저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일선 하위직공직자가 왜 얼어붙었으며 무엇때문에 움직이지를 않는것인지, 사기가 떨어져 있는 원인은 과연 무엇인지를 정확히 규명하고 해소해주려는 노력은 없이 「대증요법」과 같은 엄벌사정만으로 일선공무원의 복지불동을 고칠 수 있다고 보는것은 너무 안이한 발상이다.
현재 교원을 제외한 5급이하의 공무원은 지방공무원 18만7천명을 비롯해서 전국적으로 38만명에 이른다. 이들 하위직공무원 전원을 「사정이란 채찍」만으로 일으켜 세운다는것은 쉽지않을 뿐더러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날 자주 보았듯이 자칫 「재수없는 사람」들만 사정의 칼날에 다치는 결과가 되기 십상이다.
공직자의 부패와 무사안일주의를 일소하기 위한 감사가 필수적인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많은 하위직공무원들이 이구동성으로 「과중한 감사」와 「중복감사」로 공직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힘들다는 불평을 하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지방자치체에 대한 감사는 지도방문감사를 빼고라도 정부정책 이행여부를 점검하는 행정감사를 포함, 월10회가 넘는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정부는 일선공무원들이 감사에서 다치지않기 위해 소극적인 공무수행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문민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작업이 반드시 성공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일선 하위직공직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그들이 안심하고 공복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대우개선과 신분보장이 선행돼야 한다.
사실 전국 1백만 공무원은 나라를 발전시켜나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동맥과도 같은 소중한 존재들이다.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나라의 활력과 능률에 직결돼 있다. 나라가 어려울때일수록 그들 공직자의 흔들림없는 기강이 요청된다.
우리사회엔 온갖 어려움속에서도 공직의 사명감에 투철하고 묵묵히 맡은바 임무에 충실한 많은 공무원이 있다. 이들 성실한 공직자집단이 스스로 사기를 높이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려면 다른 무엇보다도 직업공무원 제도의 확립이 선결요건이다. 언제 목이 달아날지도 모르는 두려움속에서 일선공무원의 봉사행정을 기대하는것은 나무에서 생선을 찾는것이나 다름없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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